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산업·문화·디자인 공존하는 부산을 함께 만들겠다”

입력 2025-10-30 17:32 수정 2025-10-30 20:37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이 30일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 조직위원회’ 출범식에서 공동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일선 기자

“부산의 산업 유산이 세계 디자인 수도로 향하는 길의 뿌리가 되길 바랍니다.”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은 30일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부산 조직위원회’ 출범식 현장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그는 “산업의 도시로 알려진 부산이 이제 디자인의 도시로 새롭게 태어나는 전환점”이라며 “기업인으로서 이 변화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은 제게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기업의 뿌리이자 삶의 일부”라며 “고려제강이 1963년 수영구 망미동에 첫 공장을 세운 뒤 60여년 동안 부산과 함께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직위원회 출범은 산업의 도시로 알려진 부산이 디자인의 도시로 거듭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오늘은 부산으로서도 역사적인 날”이라며 “부산이 세계디자인수도의 발대식을 연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의 미래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로, 산업·자연·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세계적으로 드문 도시”라며 “이런 도시가 세계 문화 중심의 도시로 발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견해를 밝혔다. “디자인은 도시의 문화 발전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합니다. 모든 조직의 최종 경쟁력은 결국 문화에서 나오고, 디자인은 그 문화의 핵심이지요. 요즘 디자인 관련 책을 읽다 보니, 디자인을 제대로 이해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업과 디자인의 결합이 부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홍 회장은 “부산은 조선, 철강, 기계, 섬유 등 제조 산업의 DNA를 지닌 도시로, 여기에 디자인이 결합하면 단순 생산 중심 구조에서 창의와 미학이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산업이 디자인을 만나야 경쟁력이 생기고, 디자인이 산업을 만나야 현실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제강이 운영 중인 문화 재생 공간 ‘F1963’을 예로 들며 “디자인은 단순히 외형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존중하면서 미래의 문화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F1963은 낡은 공장을 허물지 않고, 과거의 흔적을 남겨 새로운 쓰임을 부여한 공간입니다. 산업의 흔적을 문화로 되살리는 것이 디자인의 힘입니다.”

고려제강이 F1963을 부산시에 20년간 무상 제공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도 그는 “기업이 남긴 산업 유산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것은 또 하나의 책무”라며 “시민과 예술가, 청년들이 함께 모이고 창작할 수 있는 공유의 장으로 F1963이 기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행정과 기업, 시민이 얼마나 긴밀히 협력하느냐가 WDC의 성공을 좌우한다”며 “산업계와 문화계를 잇는 가교 구실을 맡아 부산이 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인 수도로 성장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