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무슬림 사이에 선 교회, 나사렛 ‘피스메이커’의 길

입력 2025-10-30 16:39 수정 2025-10-30 16:57
아사르 아자즈 목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피스메이커(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역할하고 있는 아랍 개신교 공동체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예수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품었던 나사렛. 오늘날 이 도시는 유대인과 무슬림, 기독교인이 공존하는 이스라엘 대표적 아랍 도시로 자리 잡았다.

인구 8만명의 나사렛에서 복음주의 개신교인은 1000여명 남짓한 소수다. 이 가운데 ‘피스메이커(평화를 만드는 사람)’가 있다. 30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만난 아사르 아자즈(59)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아자즈 목사는 이스라엘 나사렛복음주의대 총장이자 로컬침례교회 담임목사다.

100명이 출석하고 있는 로컬침례교회는 나사렛에서 ‘큰 교회’에 속한다. 나사렛 지역의 교회 다수는 20~100명 규모다. 이들 규모는 작지만 존재감은 크다. 아랍인이자 이스라엘에서 나고 자란 아자즈 목사는 유대인과 무슬림 이웃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세기~19세기 오스만 제국의 장기 통치 속에서 기독교인은 많은 권리를 제약받은 ‘2등 시민’으로 여겨졌던 역사적 상흔을 갖고 있다. 아자즈 목사는 “중동에서 기독교와 무슬림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복잡하다”며 “기독교인 중에는 이슬람교도를 무서워하거나 이들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이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화해의 영성을 강조한다. 아자즈 목사는 “증오와 용서하지 못함, 두려움의 경계를 넘어 무슬림에게 다가가 복음을 전하는 것은 예수에게 배운 사랑”이라고 했다.

“우리는 평화의 다리를 만드는 사람들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적은 사람이 아니라 악입니다.” 그는 아랍인으로서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분명히 붙들며 사랑을 모든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는 유대인 랍비와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신뢰를 쌓고 신앙과 지역 현안을 나눈다. 아자즈 목사는 “지난 2년간의 전쟁으로 아랍과 유대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했지만 유대인이든 아랍인이든 우리가 이웃 사랑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교회에서 그는 평화의 일꾼을 기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자즈 목사는 “성경을 바르게 알고 주님을 사랑하며 사회에 영향력 있는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사렛복음주의대는 이를 ‘3H(Head Heart Hands)’로 가르친다. 성경 신학 역사 윤리를 바르게 분별하는 머리, 하나님 사랑으로 성숙한 마음,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도 봉사를 실천하는 손이다.

아자즈 목사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 속 희망과 경계를 동시에 말한다. ‘도전적 시기’라고 표현한 그는 “휴전 소식은 가자지구 200만명 시민과 국경 근처 10만명 이스라엘 시민에게 희망을 준다”면서 “휴전이 계속되길 기도하지만, 영구적 해결을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서로에 대한 증오에 빠지지 않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공동체에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으로 연약한 이들을 도울 지혜와 에너지를 달라고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