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만점에 12점이다. 멋진 회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열린 100분간의 미·중 정상회담에 흡족해하며 회담 결과를 백악관 동행기자단에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서 매우 수용 가능한 형태로 합의를 했다”며 “많은 결정이 이뤄졌고 남은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기의 담판’에서 예상대로 무역 전쟁을 휴전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관세와 희토류 통제 등 상대국에 대한 공격을 한 발짝씩 물러서며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짧게 주고받는 말 속에도 뼈 있는 농담, 자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우회적 발언이 녹아있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1시 8분쯤 회담 장소에서 만났다.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이후 6년 4개월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 시작 전 양국 국기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촬영 장소에 먼저 나와 시 주석을 기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악수하면서 “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며 “굉장히 성공적인 회의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을 향해 “매우 강경한 협상가다. 그건 좋지 않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트럼프는 웃었지만 시 주석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양국 정상은 약 19초간 악수했는데 트럼프는 시 주석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어 양국 국기인 성조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배치된 회담장 벽면을 배경으로 세로로 길게 배치된 직사각형 모양의 탁자를 두고 마주 앉았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배석했고 중국 측에서는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이 자리를 지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을 향해 “정말 오랜 기간 내 친구였던 이와 함께해 큰 영광”이라며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에 합의했으며 지금 더 많은 것들을 합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시 주석은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이며 우리는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에 이어 발언한 시 주석은 “나도 대통령을 만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재선 이후 오랜만에 다시 뵙게 돼 더욱 반갑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러 바람, 역풍, 도전에 직면해도 중·미관계는 올바른 길을 향해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안정적으로 항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미·중 관계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국가 상황이 항상 다르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의 발전과 부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와 상충하지 않는다”면서 “양국이 함께 번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피스메이커’ 역할을 강조해온 트럼프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진심이고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며 “가자 휴전협정에 기여했고 말레이시아에선 태국·캄보디아 국경과 관련한 협정을 도출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도 나름대로 캄보디아와 태국 간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할을 해왔다”며 “중국과 미국은 세계 대국으로서 전 세계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두 국가”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모두발언 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두 정상의 대좌는 회담 시작 약 1시간 40분만에 종료됐다. 회담 종료 뒤인 낮 12시 55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나래마루 건물에서 밖으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자의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시 주석에게 말을 건넸고 시 주석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했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귓속말을 건네기도 했다. 100분간의 회담 뒤 시 주석은 차량에 탑승해 경주로 향했고, 트럼프는 ‘더비스트(전용 리무진)’를 타고 에어포스원으로 이동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