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세종병원 이진권 심폐기팀장이 심장 수술에 저체온 유도 없는 특수 순환 방식을 적용,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공 사례는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 학술대회에서 집중 소개되는 등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 부천세종병원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30일 부천세종병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월 대동맥궁(심장에서 목까지 이어진 혈관)이 파열된 A씨(78)에 대해 파열 부위를 인공 혈관으로 대체하는 치환술에 성공했다.
대동맥궁 치환술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체온을 약 26도까지 낮춘 뒤 전신 순환을 일시적으로 정지한 상태에서 뇌 보호를 위해 뇌에만 피를 돌려주는 방식(뇌관류)으로 시행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집도의는 물론, 심폐기팀의 역량이 수술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A씨는 그러나 체온이 떨어지면 혈액이 응집되는 ‘냉 응집 항체’를 가져 기존 저체온 유도방식으로는 수술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집도의 김동진 부장(심장혈관흉부외과)과 이 팀장은 수술 전 다각도의 시뮬레이션과 논의를 거쳐 새로운 순환 전략을 수립했다.
김 부장은 수술 중 미세한 대동맥 구조 변화와 혈류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했고, 이 팀장은 뇌관류는 물론 하행대동맥에 풍선 카테터(미세도관)을 넣고 하지관류를 동시에 시행하는 등 저체온 유도 없는 전신관류를 시도했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이 팀장은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논문으로 작성, 지난 12일 일본 도쿄 인터내셔널포럼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체외순환사연맹(FAPS)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며 일본, 중국, 인도 등 9개국 참가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난 2011년 FAPS 학회가 출범한 이래 한국의 연제가 채택돼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팀장은 “냉 응집 항체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체온 저하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연구한 끝에 이 같은 성과를 냈다. 향후 흉부외과학 분야 학술지에도 투고해 알릴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쉽고, 좋은 수술법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