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민노총…한·미 협상에 “참담한 사대굴욕” 맹비난

입력 2025-10-30 15:41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전국민주노동자총연맹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국민 기대를 저버린 굴욕적 합의”라며 “그 부담은 장기적으로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30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참담한 사대굴욕 관세 협상 타결...대미 종속 구조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경북 경주에서 만나 연간 200억 달러 상환으로 총 2000억 달러를 미국에 현금 투자하고, 조선업 협력에 15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 등이 담긴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이번 협상 핵심은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일부 품목 관세를 조정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25%에서 15%로 ‘관세 인하’라 홍보한 자동차·부품 부문은, 실제로 한·미 FTA에 따라 유지되던 0% 무관세가 15%로 인상된 것으로 명백한 조건 악화”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잃고, 국내 생산이 줄어들 위험에 놓였다”면서 “정부는 이 자금을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기채(채권 발행)로 조달하여 국내 외환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민노총은 “투자 조건을 보면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직접투자이고, 1500억 달러는 조선·해양 분야 협력 프로젝트”라며 “정부는 ‘10년에 걸쳐 매년 200억 달러씩 나눠 투자하므로 외환시장 충격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결국 매년 대규모 외화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제도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외환보유액 운용수익으로 자금을 충당한단 정부 설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운용수익은 매년 달라지고, 수익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결국 외환보유액 원금을 써야 하거나 새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민노총은 “정부가 자랑하는 ‘연간 200억 달러 상환’ 본질은 국가 부채 해외 이전”이라며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해외 금융시장에 ‘보증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면, 해외 국채 매입자에게 갚아야 하는 부채가 되는 것이니, 결국 빚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늘어난 부채의 이자는 결국 세금으로 갚아야 하기에, 그 부담은 장기적으로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며 “또한 매년 200억 달러가 국내 공장 투자나 기술개발에 쓰이지 않고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새로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해지고, 일자리와 산업이 점점 비어가는 ‘산업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민노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고 등급 무궁화대훈장과 금관 모형을 수여하고, 국빈급 의전을 제공하며 경제주권을 내줬다”면서 “경제협력이 아니라 종속의 새 장을 연 협상이었다”고 꼬집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