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 관세를 일부 인하하고 중국의 희토류 통제를 유예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관세 폭격을 주고받으며 고조되던 미·중 갈등이 ‘일시 휴전’ 상태를 맞은 셈이다. 주요 양대 국가(G2)의 무역 전쟁에 숨죽이던 전 세계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미해결 쟁점도 여전해 미·중 간의 전략 경쟁은 수면 아래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미국 워싱턴DC로 복귀하는 에어포스원(대통령전용기)에서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에서 “그(시 주석)는 펜타닐 유입을 막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기로 했다”며 “나는 펜타닐 유입 문제로 중국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 그의 발언을 반영해 즉시 10%로 낮췄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합성 마약 펜타닐 원료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해왔다. 트럼프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기존 57%에서 47%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건조되거나 중국 소유의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경우 부과할 예정이던 고액 수수료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관세 인하 반대급부로 희토류 통제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관련된 모든 희토류 문제, 장벽은 이제 사라졌다. 더 이상 희토류 관련 걸림돌은 없다”며 “중국이 발표한 희토류 정책은 1년 동안 유예되며 이후에는 통상적으로 연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어 중국이 대량의 미국산 대두와 다른 농산물들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두 정상이 논의하지 않거나 합의되지 않은 쟁점도 있다. 트럼프는 내달 중순 만료되는 미·중 간 초고율 관세 유예가 재연장 되는지는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시 주석과 “많은 칩을 수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대중 수출을 통제 중인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 칩 블랙웰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두 정상은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만 문제도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대만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로 대만은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매우 강하게 다뤄졌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이후 6년 4개월여 만에 마주 앉은 두 정상은 각각 내년에 상대 국가 방문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그 이후에는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를 방문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이번 방한에서 무산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내가 너무 바빠서 우리는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며 “나는 다시 오겠다. 김정은과 관련해서는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