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간 국가안보 최전선을 지켜온 도시 경기 포천시가 ‘첨단 국방산업의 거점도시’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포천시는 치열한 경쟁 끝에 ‘경기국방벤처센터’를 최종 유치하며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미래를 여는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지난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국방벤처센터 유치는 단순한 기관 유치가 아니라, 포천이 ‘희생의 도시’에서 ‘기회의 도시’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성과”라고 강조했다.
백 시장은 “포천은 여의도의 17배에 달하는 군사시설을 보유한 도시로, 그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가장 많은 희생을 감내해왔다”며 “그러나 포천은 제약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한계를 혁신의 기회로 바꿔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유치를 “포천 시민 모두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시민의 염원을 전한 그는 “포천시민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발전의 뜻을 한마음으로 담았다”고 했다.
포천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첨단 방위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민관군 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에 힘써왔다. 드론작전사령부, 육군교육사령부, 방공학교 등 주요 군 기관과 협약을 맺고 실질적 협력 기반을 다져왔으며, 드론쇼코리아 등 주요 방산 전시회와 세미나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했다.
백 시장은 “포천형 협력 모델이 이번 유치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며 “시와 대학, 기업, 연구기관, 군이 함께 역량을 모은 결과”라고 말했다.
포천시는 지난 9월 ‘국방벤처센터 유치 추진단’을 출범시켜 전략을 구체화했다. 추진단은 시장과 대진대 부총장이 공동단장을 맡고, 경기대진테크노파크·포천상공회의소·서울대 지능형무인이동체연구센터 등 민관군 산학연이 함께 참여했다. 추진단은 단순한 센터 유치에 그치지 않고, 시험·평가·인증·인재양성·기업 스케일업을 아우르는 종합 산업 생태계를 제시했다.
백 시장은 “특히 방산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실증장소 부족 문제에 대해, 포천은 국내 유일의 대규모 사격장과 군사시설을 활용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국방벤처센터는 2026년 3월 대진대학교 산학협력단을 거점으로 설치된다. 포천시는 이를 중심으로 AI 기반 민군 드론운용성시험평가센터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드론교육훈련센터를 함께 추진한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첨단 훈련시설을 통해 매년 3000명 이상의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기술자립을 선도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포천의 강점은 이미 갖춰진 인프라다. 서울 도심에서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고, 세종-포천 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잘 연결돼 있다. 산업단지에는 1100여개 제조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이 중 250여개가 방산 전환이 가능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 시장은 “포천은 대한민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군과 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라며 “양주, 연천, 동두천까지 연계하면 약 1000개의 전환 잠재기업이 형성돼 산업 확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포천시는 단순한 센터 유치에 머물지 않고, 기업 지원 제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지원 패스트 트랙, 정책 연계, 재정 연속성 보장 등 3중 구조의 ‘포천형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기업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실증에서 조달·수출로 이어지는 산업 흐름의 병목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백 시장은 “포천은 이미 방위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추진 역량을 갖춘 도시”라며 “이번 국방벤처센터 유치를 통해 경기도와 포천이 첨단화로 변모하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선도할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70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포천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이끄는 심장으로 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