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최우방인 영국 등에도 주지 않던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며 주요 외신들이 30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다만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전하면서 미국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해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그러면서 미국은 해당 기술을 극비로 유지해 왔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조차 직접 기술이전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특히 이번 발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직전 나온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핵잠수함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는 무기체계인데, 북한과 중국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북한은 지난 3월 핵잠수함 건조에 돌입했다고 밝혔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려는 배경을 놓고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를 이어가는 가운데 세계에서도 보유국이 한정된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해 국민 안심감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며 국방력을 강화할 경우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산케이신문은 “이재명 정권은 미·중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중 포위망에 가담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를 새로운 명목으로 삼아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이용을 승인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화는 주한미군 활동 범위를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미국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돼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 떨어지는 디젤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핵추진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전날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해역에 핵추진잠수함을 투입하면 미군 역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이후 진행된 확대 오찬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능력 확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핵잠수함 관련 발표에 아직까지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