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핵잠 건조 승인…필리조선소서 건조”

입력 2025-10-30 06:35 수정 2025-10-30 11: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서 연설을 마친 후 주먹을 쥐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다음 날인 30일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 떨어지는 디젤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또는 보완과 미국의 기술 지원 및 연료공급 등이 수반될 필요가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승인’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핵추진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양국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에서 한국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국 견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필리조선소를 비롯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자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 목록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디젤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핵추진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 원자력추진잠수함(SSN)을 뜻한다.

우리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핵추진잠수함을 개발해 운용하려면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미국 측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잠수함 원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해 추후 후속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미 무역 합의를 두고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인하받는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약 500조원)를 지불(pay)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3500억 달러 선불(up front)’은 이번에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미국산 석유와 가스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으며 한국의 부유한 기업들과 사업가들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은 60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글 말미에 “훌륭한 총리(a great Prime Minister)와의 훌륭한 여행이었다”며 방한 소감을 적었다가 이후 ‘훌륭한 총리’를 ‘훌륭한 한국 대통령(a great President of South Korea)’으로 정정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