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를 깔끔하게 막으며 한국시리즈(KS) 3차전 승리 투수가 된 김서현(한화 이글스)이 “9회를 실점 없이 막은 게 오랜만이다”며 “선배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만들어줘서 팀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 KS(7전 4선승제) 3차전에서 LG 트윈스를 7대 3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를 만든 한화는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김서현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8회 1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폭투로 1점을 내줬으나 이후 흔들림 없이 남은 이닝을 틀어막았다. 최종 성적은 1⅔이닝 무실점이다.
그에게 이번 호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였다. 최근 김서현은 마음고생이 깊었다. 악몽의 시작은 10월 1일 SSG 랜더스전이었다. 팀이 5-2로 앞선 9회 등판한 김서현은 연속 투런포를 허용하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당시 팀이 정규시즌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이후에도 쉽사리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27.00(1이닝 3실점)에 달했다.
김서현은 “랜더스전 이후 자신감을 잃고 야구장에서 위축됐던 건 사실이다”며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자신감을 되찾으라는 조언을 끊임 없이 해주셨다“고 털어놨다. 이어 “구위를 되찾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며 “선배들이 ‘너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ᅟ주눅들지 마라’고 덕담해준 게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서현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실에 들어온 그의 눈은 여전히 충혈돼 있었다. 김서현은 “10월 내내 마음이 힘들었다”며 “감독님의 믿음에 반드시 보답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내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문)동주 형이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마음이 무거웠다”며 “동주 형이 잘 막아준 덕분에 오늘 내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공교롭게도 김서현은 한화 선수로서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됐다. 마지막 승리 투수는 2006년 10월 2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KS 2차전에 구원 등판했던 문동환(은퇴)이었다. 김서현은 구단 역사에 이름을 남긴 소감을 묻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팀 승리를 지킨 것에 만족한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전=최원준 기자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