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향방 가를 ‘검추단 자문위’…강경 vs 신중 ‘팽팽’

입력 2025-10-30 05:00 수정 2025-10-30 05:00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윤웅 기자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꾸린 자문위원회가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강하게 찬성하는 위원들과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위원들로 양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론’과 ‘신중론’ 인사가 최소 4명씩 포진돼 검찰청 폐지 후속 입법을 둘러싼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문위는 내년 9월 30일까지 검찰개혁의 주요 쟁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단순 자문역’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문위원장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제외한 위원 15명 중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에 찬성한 전문가는 4명으로 파악됐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역시 최소 4명으로 확인됐다. 각 자문위원의 입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언론기고문, 공청회 등을 통해 밝힌 공개 발언을 중심으로 파악했다. 나머지 7명의 입장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대표적 강경론자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던 김필성 변호사와 검찰개혁 관련 국회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측 진술인으로 참석한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가 꼽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징계를 주도한 한동수 변호사(법무법인 정세·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와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강경파로 통한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현 조직을 그대로 남겨 놓는 구조에서 법을 일부 바꾸는 것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며 “검찰개혁에 역행할 위험이 있다는 것에 대해 윤석열 정권을 보면서 충분히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수사 관련 인력을 남겨 놓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의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같은 특위 위원인 서 교수는 속도전을 강조한다. 그는 국회 공청회에 나와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의 수사권 조항을 다 삭제해야 한다”며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관계 법령의 개정은 3∼6개월이면 충분히 손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왜 자꾸 검사들이 수사권을 가지려고 하는가. 진정 국민을 걱정하고 인권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며 “특권과 이익을 존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대척점에 선 신중론은 경찰 수사권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고, 형사사법시스템의 비효율화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 류경은 고려대 법전원 교수, 윤지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양 변호사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전인 지난 7월 국회 공청회에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서 반드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고 해서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 8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무턱대고 관련 법령에서 검사를 지우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법 개정 움직임은 도저히 개혁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 부작용을 고려하면 개악에 더 가깝다”고 꼬집었다. 류 교수도 “많이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수사 역량의 약화인데 (검찰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떼어낸다고 해서 (수사가) 과연 잘 이뤄질지 의구심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 7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이병주 기자

양측 의견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놓고 더욱 극명히 갈린다. 강경론자들은 ‘보완수사권도 수사권’이라며 전면 폐지를 주장한다. 보완수사권이 부여되면 검찰이 정치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사권을 회복할 수 있고, 결국 개혁은 수포가 될 것이라는 시선이 담겨있다. 황 교수는 “공소 제기와 유지를 위한 ‘행정조사’ 수준의 조사는 허용하되 법률에 범위·한계를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신중론자들 사이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되 보완수사권은 남겨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달 형사법 5대 학회 연합토론회에서 “공소청 검사가 수사에 전혀 개입할 수 없게 되면 경찰 조서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조서 기소’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 ‘캐스팅보터’는 박 위원장이 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론 인터뷰와 SNS 등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보완수사권과 전건 송치(경찰 등이 수사한 사건을 모두 검찰에 송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보완수사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허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중론에 가까운 입장으로 평가된다.

향후 자문위 회의가 계속될수록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자문위는 지난 24일 일부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상견례를 갖고 발족했다. 해체될 친정의 미래를 논할 검사 출신 위원은 한 명도 없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