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통신]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그래도 날아오를 거야

입력 2025-10-29 19:43 수정 2025-10-29 22:37

KT ‘비디디’ 곽보성이 월즈 준결승 무대에 진출한 소감을 밝혔다.

KT 롤스터는 29일(중국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8강전에서 CTBC 플라잉 오이스터(CFO)를 3대 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준결승전(4강전)에 진출, 전날 한화생명e스포츠를 꺾고 준결승 무대에 선착한 젠지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대결하게 됐다.

KT는 스위스 스테이지를 일찍 통과해 실전 경험의 공백이 우려됐지만 이날 3번의 세트 모두 완승을 거뒀다. 경기 직후 국민일보와 만난 곽보성은 “경기 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고, 실점 감각을 끌어올릴 방법은 없었다”면서 “그래도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늘 해왔던 대로 상대 팀에 맞춰 전략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KT의 약 우세가 점쳐졌지만, 막상 두 팀이 붙자 일방적인 결과와 스코어가 나왔다. 곽보성 역시 “이렇게 깔끔하게 이길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경기가) 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1세트 유충 싸움이었을 것이다. 상대가 되게 급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싸움마다 이기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보성은 자신만의 루틴인 샤워와 음악 청취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서 경기장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샤워하면서 ‘디지몬’ OST를 들었다. 디지몬 OST 중에 동기부여가 되는 노래가 많다. ‘버터플라이’와 ‘브레이브 하트’를 들으면서 ‘오늘 잘해야지’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말했다.

곽보성은 미드라인에서 2007년생 신예 ‘홍큐’ 차이 밍훙과 맞붙었다. ‘홍큐’는 앞서 이번 대회에서 곽보성과 대결을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던 대만 국적의 유망주다. 곽보성은 “확실히 어린 선수여서 그런지 라인전에서 조금 더 때리려고 들더라. 공격적으로 해서 잘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히 LCK 미드라이너들과 해외 미드라이너들은 다르다. LCK 선수들은 크게 때리기보다는 적당히 타협하는 느낌인데 해외 선수들은 때리는 데 집중한단 느낌을 받는다. 오늘 경기하면서 (‘홍큐’가) 아주 잘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곽보성은 이날 2세트에서 ‘홍큐’와 오리아나 대 아지르 구도로 맞붙었다. 이번 대회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구도다. 곽보성은 “서로 일 대 일에서 잘할 여지가 많은 구도인데, 요즘엔 일 대 일에서 이겨도 안 좋은 상황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좋은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개인적으로는 라인전을 못했다고 생각한다. 좀 아쉬웠다”고 복기했다.

3세트에서 조이를 선택한 이유도 밝혔다. 곽보성은 “1·2세트에 좋은 미드 챔피언들이 전부 빠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조합을 맞추기 위한 챔피언이나 선수가 자신 있는 챔피언을 뽑는 느낌이다. 오늘은 거기서 조이가 괜찮았다”며 “라인전이 잘 풀려서 더 잘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T는 7세트 전승으로 준결승까지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단 한 세트도 패배하지 않은 건 이들이 유일하다. 곽보성은 “사실 스크림 과정에서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는다. 당장 어제도 그랬다. 스크림이 잘 되진 않는다”면서 “그런데 스크림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당장 탈락할 수도 있으니까 (긴장감 때문에) 실전에서 조금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운이 조금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T의 다음 상대는 젠지. 곽보성은 “젠지가 전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월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우리가 월즈 4강에 올라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다음 경기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젠지를 이기고 싶다는 감정에 치우치기보다는, 운명에 맡긴다는 마인드로 임하겠다. 후회가 남지 않을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곽보성과 동료들이 일군 준결승 진출은 KT의 창단 이후 월즈 최고 성적이다. 곽보성은 KT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KT 팬분들이 항상 열정적이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디서든 항상 응원을 보내주시는 게 선수로서 정말 감사하게 느껴진다”면서 “오늘도 KT 팬분들께서 현장에 오셨더라. 정말 감사드린다. 항상 끝이 좋지 않았으니까 이번엔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