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의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선전을 단순히 ‘기대 이상’으로 표현할 시기는 지났다. 이제 다른 준결승 진출 팀들과 마찬가지로, 두 번만 더 이기면 세계 정상에 오르게 된다. 인정해야 한다. KT는 다른 우승 후보들과 대등하거나 더 나은 경쟁력을 갖췄다.
KT는 29일(중국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8강전에서 CTBC 플라잉 오이스터(CFO)를 3대 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준결승전(4강전)에 진출, 전날 한화생명e스포츠를 꺾고 올라온 젠지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대결하게 됐다.
모든 저평가와 우려를 부수고 있다. KT는 대회 개막 전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3번 시드임에도 LCK에서 가장 적은 기대를 받았던 팀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스위스 스테이지에 이어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도 무실 세트 기록을 이어나가면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준결승전까지 도달한 팀이 됐다.
스위스 스테이지를 3일 만에 통과한 이들에겐 실전 감각 유지에 대한 염려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날 1세트부터 상대를 압도하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탑과 바텀에서 자력으로 위기를 넘기고 기회를 창출해서 ‘비디디’ 곽보성에 대한 의존도가 과하다는 평가도 자연스레 없앴다.
KT는 이번 대회에서 바람직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스위스 스테이지 첫 경기였던 모비스타 코이(MKOI)전에선 불안하게 게임을 풀어나가다가 아타칸 전투를 기점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스위스 마지막 경기였던 TOP e스포츠(TES)전에선 두 세트 모두 완승을 거뒀다. CFO 상대로는 더 크게 이겼다.
고동빈 감독은 KT의 힘이 선수단의 남다른 간절함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KT는 어떤 팀과 붙어도 무조건 이긴다고 확신할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진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얘기를 나눈다”며 “선수단과 코치진이 간절함으로 함께 빚어낸 성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준결승 진출팀들과 마찬가지로, KT도 이제 단 두 번만 더 이기면 세계 정상에 선다. 다음 상대는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젠지.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예상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부여되지 않는다. TES를 쓰러트리기 전에도, CFO와 붙기 전에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했지만 KT는 그들을 모두 ‘롤알못’으로 만들었으니까.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