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간사고 사망자… ‘운전·배달직’이 가장 많았다

입력 2025-10-30 05:00

야간에 일하다가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운전·배달직으로 나타났다. 과로와의 연관성이 높은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야간 산재 사망은 청소·경비직에서 가장 많았다. 택배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야간노동자 건강 문제 논의를 사망 산재 다발 4대 업종 및 50인 미만 소규모 업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근로복지공단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이날까지 오후 10시~오전 6시 야간에 일하던 중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화물차·택시·퀵서비스기사 등 운전·배달종사자(97명)가 가장 많았다. 건설종사자(32명), 제조종사자(29명), 청소·경비종사자(19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야간 산재 사망을 직종별, 유형별(사고·질병·출퇴근), 업체 규모별로 구분한 통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로사로 간주하는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청소·경비(42명) 업종이 최다였다. 이어 운전·배달종사자(35명), 제조종사자(31명), 건설종사자(13명) 등 순이었다.

야간 사망자 수는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됐다. 산재로 인정된 야간 사고사망자 3명 중 2명, 야간 뇌·심혈관계 질병 사망자 2명 중 1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의 비율은 사고사망 17%, 뇌·심혈관계 질병 사망 22%에 그쳤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야간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 수는 총 790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고 산재 사망이 220명, 질병 산재가 452명, 출퇴근 산재가 118명이었다.

질병 산재 사망 452건 가운데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183건이다. 183명의 재해 경위를 전수 분석한 결과 사망자 모두 만성 기저질환이 없던 상태였다. 183건 모두 근무 현장에서, 출퇴근 시간 전후로 발생한 급성 사망이라는 점에서 과로사 개연성이 높다.

정부의 야간노동자 건강 논의는 택배 업계를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고용노동부는 새벽 배송이 택배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지난 4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야간 택배 노동자에게 특수건강진단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운전·배달, 청소·경비, 건설, 제조 등 상위 4대 직종으로 범위를 넓혀 야간노동 관련 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간 사고 사망자 가운데 상위 4개 직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80.5%에 달했고,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중에는 66.1%가 4대 직종 종사자였다.

이재명정부는 국정과제로 ‘야간노동 규율 신설’을 채택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야간노동 관련 최소 휴식 시간 법제화, 최장 노동시간 및 연속 근무 일수 제한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국회에도 일일 근로시간 상한과 11시간 연속휴식제를 전면 도입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용우 의원은 “야간노동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산재로 죽는지 통계로 드러났다”며 “취약 직종과 50인 미만 사업장을 중심으로 직종별·규모별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고, 나아가 최장 노동시간 제한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을 본격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