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맞춘 김정은식 ‘타이밍 외교’…미사일로 관심 유도

입력 2025-10-29 17:16
북한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점에 맞춰 의도적으로 조율된 전략적 도발로 분석된다. 함대공 미사일이라는 제한된 수단을 통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지 않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연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29일 “전날 오후 3시쯤 북한 서해 북부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포착했다”며 “우리 군은 사전 인지해 대비하고 있었으며 한·미 정보당국이 세부 지원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사거리 수십~수백㎞, 저고도 비행 특성을 가진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순항미사일 발사는 공지하지 않고 있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통신 보도에서 “함선에서 발상하기 위해 개량된 순항 미사일은 수직으로 발사돼 서해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초(2시간10분) 이상 비행해 표적을 소멸했다”고 했다. 사거리와 발사지점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발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외교적 신호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외교무대 밖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제 선점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회동 제안에 거절 의사를 재확인시켜주는 김 위원장의 신호”라며 “김 위원장이 대화 재개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조건에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제 사회의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무력시위”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발사를 참관하지 않고, 탄도미사일 대신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조절했다. 군사 시위로 긴장을 조성하면서도, 대화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 신중한 균형 전략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미국은 이번 발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