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권사 ‘현금 이벤트’ 지난해 대비 11% 급등… “시장 질서 훼손”

입력 2025-10-30 08:00
국민일보DB

증권사들이 진행하는 이벤트 중 현금성 이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대비 올해 11%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이 과도한 실적 경쟁으로 현금성 이벤트를 실시해 시장 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종합금융투자사의 전체 이벤트 중 현금성 이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11.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28.22%였다가 올해 31.56%로 늘었다.

10개 종투사 중 올해 현금 이벤트를 가장 많이 진행한 곳은 대신증권이다. 전체 이벤트 중 55.81%가 현금 지급 이벤트였다. 지난해(62.26%) 대비 줄었지만 종투사 중에서는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두 번째는 NH투자증권으로, 지난해 16.67%에서 올해 54.29%로 225.67% 폭등했다. 예를 들어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달러투자 새로고침! 외화채권 이벤트’를 통해 특정 미국채 10종을 매수하면 매수 금액에 따라 1~10만원의 리워드를 지급했다.

키움증권이 43.6%로 3위였는데, 현금 지급액은 159억1400만원으로 운용 비용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위였다. 전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현금 지급액이 100억 이상이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37.74%) 한국투자증권(35.54%) KB증권(25.53%) 신한투자증권(24.42%) 삼성증권(21.99%) 하나증권(16.67%) 메리츠증권(0%) 순이었다.

증권사가 현금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고객 수와 운용 자산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증권사에서는 특정 상품 매수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일례로 키움증권은 지난 3월 한도없는 현금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현금을 노린 일부 고객이 미국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반복적으로 사고팔면서 일별 전체 해외주식 약정금액 중 이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등 시장 질서가 교란됐다. 키움증권은 자전거래를 방조하고 거래량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해당 종목들을 이벤트 대상 종목에서 제외했다.

KB증권도 지난해 10월 해외주식 거래금액 이벤트 도중 현지 브로커로부터 이상 거래 징후를 통보받은 이후 해당 종목들의 온라인 매수를 제한한 바 있다.

증권사들의 과도한 현금 이벤트로 이상거래 현상이 지속해서 발생하자 금감원에서도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금융부문 종합국정감사에서 현금성 이벤트와 관련해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불건전 영업행위로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부분, 소비자 후생까지 침해하는 결과까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의 과당 매매를 유발하고 피해가 확산하는 부작용까지 발견되는 상황이라 제도개선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은 “증권사들이 실적 경쟁에 매몰돼 현금 살포식 마케팅에 나선 것은 시장 질서를 흔드는 행태”라며 “금감원은 현금성 이벤트가 투자 판단을 왜곡하지 않도록 사전 심사와 상시 점검 체계 등 실질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