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샤넬백·목걸이를 돌려준 시기는 지난해 10~11월쯤이라는 증언이 김 여사 재판에서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재점화되던 지난해 9월 이후 김 여사 측이 명품을 돌려준 정황이 나온 것이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린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들은 이날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불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29일 열린 재판에서 전씨의 처남인 김모씨는 “계엄 선포 이전 지난해 연말쯤 전씨가 과거 단국대 정문이 위치했던 한남동 부지에서 물건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여성으로부터 쇼핑백을 받은 뒤 이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전씨의 법당에 놓았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전씨는 전날 자신의 재판에서 “김 여사 측이 지난해 받은 명품들을 돌려주겠다고 해 처남이 가서 받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씨는 심부름 상대가 전 대통령실 행정관 유경옥씨였냐는 특검 측 질문에는 “요즘에서야 알았다”며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관련 재판들에서는 김 여사와 통일교 사이 ‘정교 유착’ 혐의를 뒷받침하는 성격의 증언·증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전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샤넬 매장 직원들은 ‘제품을 고른 영상통화 상대방의 목소리가 김 여사와 비슷했다’ ‘영부인 측이 제품을 교환하러 온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전씨는 전날 김 여사에게 명품을 전달할 때마다 받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특검 측은 법정에서 “김 여사 측이 수사 과정서 구두 사이즈가 260(㎜)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유 전 행정관이 교환한 구두의 사이즈 역시 260㎜로 동일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이날 법원의 연락을 받지 않고 불출석한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에 대해 “(두 사람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전성배씨와 말을 맞춘 정황이 있다고 본다”며 재차 소환할 것을 촉구했다. 특검 측은 이들이 통일교 청탁 의혹의 나머지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한 핵심 인물들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열리는 재판에 이들을 다시 부르기로 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