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국회로부터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자료 일체 제출을 요구받고도, 사건의 핵심 증거인 교감과의 녹취록을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진상조사반장을 맡고 있는 도교육청 감사관은 29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녹취록 미제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의 녹취록은 숨진 교사가 병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교감과 나눈 통화 내용이다. 교감이 “민원을 먼저 해결하고 병가를 내는 게 좋겠다”며 병가 사용을 만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정황이 담겨 있다.
그동안 도교육청은 고인이 외부에 어려움을 알리지 않아 지원이 어려웠다고 밝혀왔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은 교사가 실제로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으로부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녹취가 이뤄진 날은 사망 3일 전으로, 고인이 처음으로 학교 측에 어려움을 호소한 날로 알려졌다.
더 큰 논란은 학교 측이 작성해 도교육청과 국회에 제출한 경위서 내용과 녹취록이 상충된다는 점이다. 경위서에는 교사가 자발적으로 병가를 미룬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해당 녹취록은 지난 7월 4일 유족이 도교육청 진상조사반에 제출했지만, 조사반은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녹취록과 전혀 다른 내용의 경위서를 그대로 국회에 전달했다.
도교육청은 현재까지 경위서를 허위로 작성한 학교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나 조취는 취하지 않은 상태다.
도교육청 감사관은 “녹취록은 7월 4일 받았지만 내용은 나중에 확인했고, 정확한 날짜는 말하기 어렵다”며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최종 보고서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22일, 제주시 내 한 중학교 창고 건물에서 이 학교 4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가족으로부터 항의성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무실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교사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전교조,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는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실효성있는 교권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진상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