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5년 11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정훈 목사) 총회 산하 서울남노회와 순서노회가 자매결연을 했다. 서울남노회는 노량진교회 반포교회 과천교회 등이 소속된 대형 노회였고 순서노회는 당시 순천노회에서 분립된 지 얼마 안 돼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서울남노회 소속 림인식(노량진교회 원로) 고 박영선 목사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 순서노회의 자립을 위해 2억7000만원의 선교비를 지원하면서 양측의 우정이 시작됐다. 40주년준비위원장 이정환 장로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복효근 시인의 ‘버팀목에 대하여’라는 시처럼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워’ 형제 노회를 섬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단 내 가장 긴 시간에 걸쳐 활발하게 자매결연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만 6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두 노회의 자매결연에는 숨겨진 스토리가 있었다. 고 박영선 목사는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전남 고흥으로 피난 와 당시 박석순 길두교회 목사의 도움으로 신학 공부를 했다. 이후 길두교회가 소속된 순서노회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서울남노회 회원들에게 이 사연을 설명하며 결연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양 교단은 연합 세미나 개최, 강단 교류 등 다양한 교제의 장을 이어갔다. 서울남노회는 순서노회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위로 관광을 진행했고 교회끼리 일대일 결연으로 후원하기도 했다. 또 화재 등 위기에 놓인 교회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최근 길두교회에서 열린 40주년 기념대회에서는 탁구·족구 경기와 간담회가 열려 서로 친목을 다졌고 서울남노회가 순서노회에 발전기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순서노회는 서울남노회에 감사패를, 림 목사에게 공로패를 수여하며 감사를 전했다. 이 장로는 “처음엔 기념대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했던 노회원들이 순서노회를 방문해 변화된 현장을 본 뒤 보람도 느끼고 더 열심히 협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직전 순서노회장인 구규승 목사는 “오랜 시간 서울남노회가 보내준 사랑과 격려에 산하 노회들이 큰 힘을 얻고 있다”면서 “도시 노회가 농촌 노회를 돕는 귀한 연합 정신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좋은 모범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