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과 ‘방탄’ 사이…논란 자초한 ‘김현지 국감’

입력 2025-10-29 15:39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연합뉴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끝내 불발됐다. 여당은 야당의 김 실장 출석 요구를 ‘정쟁’으로 규정하는 반면 야당은 여당의 증인 채택 반대를 ‘방탄’으로 본다.

다만 불과 지난달 총무비서관 재임 시절에도 그간의 관례를 깨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소위에 출석하지 않은 전례가 있어 김 실장 스스로 ‘국회 출석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야는 2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다음 달 6일 열릴 대통령실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할 증인을 논의했지만, 김 실장을 포함한 일반증인 채택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대통령실 주요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증인만 채택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실장의 국감 출석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현지 한 사람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김 실장과 관련해 산림청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변호인을 사임시켰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며 “과거부터 대통령과 친했고 총무비서관을 넘는 권한을 행사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반드시 출석해야 할 증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요구를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부부에 대해 할 말이 없으니 잘 알려지지 않은 대통령 참모 하나를 끄집어내 제1야당에서 총력을 다해 언론 플레이하고, 온갖 음해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도 “야당의 무더기 증인 요구와 스토킹 수준의 증인 요구는 국정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오로지 정쟁하겠다는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며 “김 실장의 배우자까지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건 선을 넘는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앞서 여야는 이날 오전까지도 증인 관련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당이 ‘오전 출석’을 제안하며 한발 물러서는 듯했으나, 야당은 이를 ‘명분 쌓기’로 보고 응하지 않았다. 야당은 김 실장이 오후까지 출석해야 제대로 질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운영위 안팎에서는 김 실장 스스로 국회 출석 이슈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달 총무비서관 재직 시절에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소위에 출석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이 국회 예결위 결산소위에 출석하지 않는 것은 2008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 총무비서관을 대신해 직급이 더 높은 류덕현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이 출석했다. 대통령실은 “과거와 달리 총무비서관의 권한과 책임이 분산됐다”며 “오히려 더 책임 있는 참모가 출석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회 운영위 관계자는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 시절 관례에 따라 예결위에 조용히 출석했다면 지금과 같이 ‘국회 출석’이 이슈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출석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야당이 파고들 틈을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