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고인 부녀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피고인인 백점선(75)씨와 딸(41)의 항소심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무죄와 함께 ‘부녀 성관계’가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올 초 무죄를 받은 김신혜씨 사건에서도 ‘아버지의 성폭행’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이 진정한 회복으로 이어질 때 재심의 의미가 완성되고, 그것이 곧 명예회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백점선·고(故) 최명숙 부부는 기름값이 모자라 오이농사를 더 짓지 못하던 형편에도 부부가 함께 관공서 일용직을 다니며 생계를 이어갔다. 늘 함께 움직였고, 이웃의 논을 갈아주고 농약을 도와주는 등 나눔을 실천하던 분들이었다”면서 “이 소박하고 정겨운 삶까지 부정당하고 짓밟힌 사건이 바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다. 무죄 확인을 넘어, 반드시 명예회복까지 이어지도록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오늘 ‘진도저수지 추락사건(2003년 발생)’ 재심 증인신문이 해남지원에서 열린다. 어제 선고 후 축하 자리에서도 저는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며 “제 삶을 돌이켜보면 믿기 어려운 일이다. 매일 운동하며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 손길을 기다리는 재심 사건만 10건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저는 돌봄이 필요한 억울한 이들의 곁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계속 지켜봐 주십시오”라며 “제 활동이 등대장학회로도 이어져 따뜻한 관심으로 모이길 바란다. 어른이 되는 길을 버거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직 미흡하지만, 정직한 운영 만큼은 확실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광주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는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백점선씨와 딸의 항소심 재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요 증거였던 범행 자백이 검찰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진술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한 백씨와 경계선 지능인 딸의 취약성을 이용해 자백을 받아냈다고 지적하며,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