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영리병원 무산’ 제주 녹지국제병원, 204억에 낙찰

입력 2025-10-29 13:47 수정 2025-10-29 13:51
서귀포시 동홍동 일원 제주헬스케어타운 전경.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국내 첫 영리병원을 추진하다 무산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결국 개원하지 못한 채 두 번째 새 주인의 손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29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진행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4차 경매에서 부산지역 모 의료법인이 단독 응찰해 204억7690만원에 낙찰받았다.

법원은 지난 1월 채권자 요청에 따라 임의경매 절차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병원 부지 19개 필지(2만8002㎡)와 지상 3층 규모 건물 전체다. 앞서 세 차례 매각이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는 감정가(596억5568만원)의 절반 이하인 204억6190만원까지 떨어졌다.

법원은 내달 4일 매각결정기일을 열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한 달 내 잔금 180억원이 납부되면 소유권이 최종 이전된다.

녹지국제병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 조성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위치한다.

당초 중국 녹지그룹이 진료 수익을 배당할 수 있는 투자개방형병원을 운영하기로 하고, 201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건립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2017년 병원 건물을 완공했다.

하지만 의료영리화 우려가 커지자 제주도가 2018년 12월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붙여 개설 허가를 내줬고, 이에 녹지그룹은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3개월 개원 시한을 넘기면서 개원이 무산됐다.

이후 2021년 디아나서울이 병원을 인수해 외국 VIP 대상 줄기세포 치료, 건강검진 등을 계획했지만 자금난으로 경매에 넘어갔다.

새롭게 병원을 인수한 의료재단은 서울과 부산 등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의료재단은 녹지병원을 척추·관절 전문 병원으로 운영하거나 줄기세포 치료 등 특화 병원으로 운영할 것인지를 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23년 6월 대법원은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부 허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