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면목 없다” 덕장서 尹 계엄사령관까지…쓸쓸한 마침표

입력 2025-10-29 13:13 수정 2025-10-29 13:20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이 지난해 12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 대장)이 육군 참모총장 임기 만료로 36년 군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30일 전역한다. 수십년간 쌓아온 덕장의 명성은 제6공화국 최초의 계엄사령관으로 기록되며 불명예로 얼룩졌다.

국방부는 29일 “박 대장에게 육군총장 임기 만료일인 30일 자로 전역 명령이 발령된다”고 밝혔다. 육군이 총장 전역식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부하 장병들과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자리조차 박 대장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각 군은 보통 총장 이·취임식이 끝나면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보직 이동하지 않는 이상 전임 총장의 전역식을 진행한다. 부하 장병과 주요 참모들이 도열해 전임 총장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행사다. 군 조직 내외의 주요 인사들도 참석해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박 대장의 경우 재판 상황과 직무 배제를 이유로 이러한 관례가 생략됐다. 박 대장은 공식적으로 여전히 현직 총장 신분으로, 김규하 신임 총장은 직무대리로서 총장 임무를 대신해왔다.

박 대장은 군 내부에서 대표적인 ‘덕장’으로 꼽혀왔다. 박 대장과 과거 근무했던 한 영관급 참모는 “부하들의 복지와 사기를 세심하게 살피고,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길 정도로 정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박 대장은 2023년 총장 취임사에서 “사랑과 정이 넘치는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겠다”고 했었다.

박 대장은 당초 총장 후보군에서 후순위로 분류됐지만, 2023년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장을 맡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 눈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윤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경쟁자들을 제치고 육군 최선임자인 총장에 올랐지만, 이는 결국 비극의 단초가 됐다.

박 대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에 임명되면서 위헌적 계엄 상황의 중심에 서게 된다. 계엄사령관으로서 포고문을 배포했고, 계엄 시행 시 군이 따라야 할 통제 체계를 준비했다. 박 대장의 계엄사령관 직무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와 윤 전 대통령의 해제 선포로 6시간 만에 종료된다. 박 대장은 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총장 사의를 표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안정적 군 운영이 필요하다며 이를 반려했다.

그는 이후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기소 돼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이후 재판 진행 중인 지난 6월 군사법원으로부터 조건부 보석을 허가받아 석방된다. 박 대장은 풀려난 뒤 부하, 후배와의 만남을 철저히 피했다고 한다. 우연한 만남에서는 “부하들에게 면목 없고 너무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생활을 조용히 마무리한 박 대장은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되며 남은 재판 절차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군사법원은 박 대장이 전역해 민간인으로 신분이 전환되면 재판권이 있는 민간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하겠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