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투자자문업체를 사칭해 비상장 공모주 투자 명목으로 100여명으로부터 18억원을 가로챈 일명 ‘MZ조폭’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투자사지 조직원 5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2023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울·의정부·부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비상장 공모주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피해자 127명에게서 총 18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기존 리딩방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 이들은 피해자 명단을 확보해 “손실을 복구해주겠다”며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들은 정상 투자업체를 사칭하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환불을 도와주겠다”고 속여 오픈채팅방으로 유인한 뒤, 비상장 주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처럼 꾸몄다. 허위 수익 인증을 올리며 신뢰를 조성한 뒤 투자금을 받아 챙기고 잠적했다. 피해금액은 1인당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에 달한다.
조직은 1992년생부터 2004년생까지의 친구·선후배 관계로 구성됐으며, 스스로를 ‘MZ조폭’이라 부르며 ‘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명령에 복종한다’는 행동강령을 만들어 2년간 범죄단체처럼 운영했다. 특수부대 출신 간부가 주 1회 내부 집체교육을 진행하는 등 철저한 위계체계도 유지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접수된 동일 수법 사건 127건을 병합해 수사한 끝에 조직 근거지를 추적했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총책인 30대 A씨와 간부 2명은 범죄수익 약 13억원을 챙겨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경찰은 A씨 등을 인터폴 적색수배하고, 범죄수익금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을 신청했다. 또 해외 은닉 자산에 대해서는 인터폴이 시범 운영 중인 은색수배(Silver Notice)를 국내 최초로 요청해 자산 동결 및 환수를 추진 중이다. 은색수배는 국제적으로 범죄수익 추적·환수를 목적으로 한 신종 수배제도다.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손실보전’이나 ‘고수익 보장’을 내세운 투자 권유는 대부분 신종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들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검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