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한화생명e스포츠를 꺾고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젠지는 28일(중국시간)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8강전에서 한화생명을 3대 1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내달 1·2일 열리는 준결승 무대에 선착했다. 이들과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겨룰 상대는 또 다른 8강 경기 KT 롤스터 대 CTBC 플라잉 오이스터(CFO)전의 승자다.
이로써 젠지는 2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한화생명도 2년 연속 8강에서 월즈 여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올해는 중요한 길목마다 젠지가 한화생명의 앞을 가로막았다. 젠지는 로드 투 MSI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한화생명을 꺾고 각각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1시드 자격과 LCK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회에서도 비슷한 결말을 맺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들 간의 맞대결답게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젠지는 중반부까지 팽팽하던 첫 세트에서 단숨에 흐름을 제압해 1대 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양 팀이 장군멍군을 반복한 게임. 승패가 갈린 건 두 번째 내셔 남작 전투였다. 솔방울탄이 ‘제우스’ 최우제(렉사이)의 고립으로 이어졌다. 젠지가 최우제를 잡아낸 뒤 곧바로 한타를 전개해 추가 킬을 따냈고, 상대방이 부활하기 전에 넥서스를 부쉈다.
2세트는 약 1시간 가까이 펼쳐진 혈투였다. 젠지의 공세를 한화생명이 잘 받아치면서 게임이 장기화됐다. 젠지가 첫 드래곤 3개를 가져갔음에도 한화생명이 이후 바람 드래곤 4개를 연이어 사냥해 영혼을 획득하는 기묘한 장면도 연출됐다.
젠지가 장로 드래곤과 내셔 남작을 모두 사냥해 게임을 끝낼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한화생명이 혼자 있던 ‘기인’ 김기인(그웬)을 잘라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다음 장로 전투에서 젠지가 ‘피넛’ 한왕호(신 짜오)를 먼저 무는 데 성공, 수적 우위를 만들어냈다.
젠지는 장로 드래곤 사냥을 선택하지 않고 미드 질주를 택했다. 한화생명은 ‘바이퍼’ 박도현(직스)과 최우제(암베사)만 남은 상황. 젠지가 이들을 뿌리치고 넥서스 테러를 시도했다. 결국 58분 만에 한 팀의 넥서스가 부서졌다.
3세트에서 한화생명이 반격에 나섰다. 럼블과 트런들, 요네로 조합을 짠 이들은 한타에서 한번에 큰 힘을 발휘했다. 기점은 아타칸 전투. 상대의 전령 운전 실수를 놓치지 않고 한타로 연결해 4킬을 가져갔다. 순식간에 골드 차이를 벌렸다.
한화생명은 이후 내셔 남작을 사냥하고, 드래곤의 영혼을 완성하면서 더 크게 앞서나갔다. 젠지는 화력 차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한화생명이 젠지의 포탑을 손쉽게 부수면서 쌍둥이 포탑 앞까지 갔다. ‘제카’ 김건우(요네)의 궁극기로 에이스를 만들어내면서 1점 따라붙었다.
하지만 4세트에서 뒷심을 발휘한 건 젠지였다. 김기인의 크산테, ‘캐니언’ 김건부의 니달리. 시그니처 픽을 고른 젠지는 김기인의 분전 덕에 탑에서 부드럽게 골드 차이를 벌렸다. 드래곤 4개를 연이어 사냥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한화생명은 카밀·녹턴·오로라로 돌진 조합을 구성했지만 충분한 악력을 갖추지 못했다. 아타칸, 내셔 남작 버프를 내주면서 핀치에 내몰렸다. 마지막 찬스는 억제기를 부수고 퇴각하는 상대를 물었던 때였다. 하지만 추가 킬을 만드는 데 실패했고, 호흡을 가다듬은 젠지가 한화생명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피넛’ 한왕호의 마지막 현역 무대이기도 했다. 한왕호는 올해를 끝으로 프로게이머 은퇴를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친정팀이기도 한 젠지를 상대로 분전했음에도 끝내 결승에 오르지 못한 채로 헤드셋을 벗게 됐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