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관광은 결국 도시의 설계에서 시작됩니다.”
인프라·데이터·정책이 시민과 여행자가 손쉽게 ‘굿투어리즘(Good Tourism)’을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1회 글로벌도시관광서밋(The 1st Global City Tourism Summit·GCTS) 에서 나왔다. ‘굿투어리즘’은 사람(People)과 지구(Planet), 경제(Profit)가 함께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가는 관광 모델을 말한다.
2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도시관광서밋(The 1st Global City Tourism Summit·GCTS) 주제 세션Ⅱ ‘상생과 협력’에서는 ‘책임 있는 도시관광으로서의 전환: 굿투어리즘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각국 전문가들이 지속가능한 관광의 실천 해법을 제시했다. 세션은 황영현 아시아태평양관광학회(APTA) 회장(동아대 교수)이 좌장을 맡았으며, 앤 드 종(굿투어리즘연구소 설립자), 오마르 로메로(마이너호텔 브랜드 총괄), 피터 더스탄(일본 모리기념재단 연구원)이 연사로 참여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앤 드 종 설립자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원한다는 응답자는 93%지만 실제 실천율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편리함이 곧 지속가능성의 전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걷기와 자전거·대중교통 이용이 더 빠르고 저렴한 인프라(미국 베일 사례), ▲보행 중심의 도시 계획(서울 청계천 복원), ▲혼잡 완화형 예약제 운영(시드니 전망대), ▲저탄소 이동 보상제(코펜하겐 프로그램) 등 ‘편리한 지속가능성’ 모델을 소개했다. 이어 “AI 데이터와 인증 시스템을 통해 도시의 배출량·이동패턴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야 성과를 말할 수 있다”며 “굿투어리즘은 사람·수익·지구가 모두 이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오마르 로메로 최고책임자는 “호텔 폐기물의 85%는 음식물”이라며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LEED 인증 건축과 재생에너지 사용, ▲물 절약과 플라스틱 절감, ▲지역 농산물 직거래(팜투테이블), ▲숙박객의 참여형 기부 프로그램 등 호텔 내 지속가능 경영 모델을 소개했다. 또 “정부는 친환경 설비 도입 기업에 세제·인센티브를, 공공부문은 데이터 접근성을 열어줘야 한다”며 “산업 전반이 지속가능성을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 더스탄 연구원은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글로벌 도시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관광성과가 높은 도시는 전반적 도시 경쟁력도 함께 오른다”고 밝혔다. 그는 “도시 랭킹은 단순한 순위가 아니라 각 도시의 고유한 강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라며 “도시의 매력도(마그네틱 지수)는 문화 다양성·접근성·환경 관리가 종합적으로 작용할 때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또 “지속가능성 평가지표는 도시의 정책 방향을 세우는 ‘나침반’이어야 한다”며 “벤치마킹과 데이터 투명성이 굿투어리즘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 황영현 회장은 “지속가능 관광은 시민·기업·정부가 함께 만드는 협력 시스템”이라고 정리했다. 연사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과 공공 데이터 개방, ▲기업의 폐기물·에너지 감축 측정·공개, ▲관광객의 친환경 행동을 유도하는 보상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주제 세션Ⅱ의 결론은 굿투어리즘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도시가 만들어야 할 설계의 문제로 요약된다. 앤 드 종 설립자는 “사람들이 굿투어리즘을 ‘불편한 선택’이 아니라 ‘편리한 기본값’으로 느낄 때, 지속가능한 관광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