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의 팔을 잡고 천천히 강단으로 향한 97세 박희천 내수동교회 원로목사가 떨리는 손으로 강대상을 붙들었다. 숨을 가다듬고 두 손을 들어 올린 박 목사는 떨리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축도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성령님의 교통하심이 이제부터 영원히 우리 모두와 함께 있을지어다.” 세대와 국적, 교단이 다른 이들이 한 목소리로 “아멘”이라고 응답했다.
세계복음연맹(WEA) 총회 둘째 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열린 성찬식에는 한국교회 성도들과 124개국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이날 성찬식은 ‘하나됨’에 방점이 찍혔다. 설교를 맡은 오정현 목사는 “우리는 과거 실수에 묶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미래를 써 내려가는 사람들”이라며 “성령 환상 복음으로 새로운 시대의 토대를 세워가자”고 말했다.
오 목사는 WEA를 두고 한국교회 안에서 이견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모르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도하며 여기까지 직진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열은 가장 큰 죄악이다. 성령께서 주시는 힘으로 한국교회가 흔들리지 않고 직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000여명 참석자들은 같은 떡과 잔을 들고 성찬에 참여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WEA 서울총회 공동조직위원장)의 인도로 성령의 하나되게 하심을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도가 이어졌다.
이어 연단에 선 미국 새들백교회 설립자 릭 워런 목사는 성찬의 의미를 그리스어 ‘코이노니아’로 설명하며 “예수님은 우리가 하나 되기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의 예배 방식이나 교리에 언제나 동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를 다르게 부르신 것도 하나님의 의도”라며 “서로의 다름을 사랑하기를 배워야 연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언어, 다른 관심,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함께할 때 교회는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의 크기가 아니라 사랑으로 알려지는 교회가 돼야 한다”며 “한국교회뿐 아니라 세계교회가 하나 됨을 배워 세상이 하나님을 볼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권면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