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도시 관광의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 초개인화와 데이터 기반 전략이 관광을 효율적으로 바꾸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과 신뢰’ 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산에서 나왔다.
제1회 글로벌도시관광서밋(The 1st Global City Tourism Summit·GCTS) 이틀째인 2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주제 세션Ⅰ ‘혁신’에서는 ‘AI와 데이터가 재편하는 도시 관광의 미래–기술과 사람의 공존을 향해’를 주제로 학계·산업계·글로벌 플랫폼 전문가들이 관광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연사로는 마리아나 시갈라 뉴캐슬대 인터내셔널 호텔스쿨 교수, 안드레아스 스피허 마스터카드 아태지역 공공부문 부사장, 다니엘 우 아고다 글로벌 아피아르스 디렉터가 참여했다.
시갈라 교수는 생성형·다중 양상 AI가 여행의 전 과정(검색–예약–체류–후기)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관광객은 음성 명령으로 정보를 찾고 웨어러블 기기로 전시를 관람하며 혼합현실(MR) 공간에서 가상 체험을 즐긴다”며 “AI는 사용자의 맥락을 읽고 일정을 자동 설계하는 ‘에이전트(Agentic)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신뢰받기 위해선 저작권·편향·투명성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기술을 다루는 AI 문해력(AI Literacy)이 시민과 관광업계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피허 부사장은 도시 경쟁력의 핵심을 ‘지출 데이터’에서 찾았다. 그는 “여행 패턴이 주말형에서 평일형으로, 쇼핑 중심에서 웰니스·슬로 럭셔리·펫 이코노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결제 데이터를 분석하면 체류일, 방문 동선, 업종별 소비 흐름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라하·세비야·싱가포르 사례를 들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혼잡 분산과 관광 마케팅의 효과(ROI)를 측정하면, 도시 맞춤형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카드 결제 데이터만으로 소비 흐름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위치·교통 등 다른 유형의 데이터와 결합한 모델링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 우 디렉터는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과 AI 융합의 변화를 짚었다. 그는 “전 세계 예약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특히 아시아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비자 완화 같은 정책 하나로 검색·예약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의 역할이 내부 효율화(요약·CS), 검색·추천 고도화, ‘자비스형 여행 비서’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AI가 고객 데이터를 이해하고 행동 패턴을 학습해 맞춤 액티비티와 일정을 제안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주제 세션Ⅰ에서 세 연사는 한목소리로 “AI와 데이터는 도구일 뿐, 도시의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술이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개인정보 보호와 공정 접근성, 신뢰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가 함께 설계돼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