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 있는 52년 된 동물원이 단돈 1유로(약 1668원)에 매각됐다. 1973년에 문을 연 이 동물원은 핀란드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동물원이 어떻게 이런 가격에 매각된 것일까?
신화통신은 최근 중서부 도시 아타리의 아타리동물원이 창설 52년 만에 문을 닫고 전·현직 동물원 직원들이 결성한 협회에 매각됐다고 보도했다. 시 당국은 지난 24일 매각을 승인했다.
동물원이 파산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 부진, 물가 상승과 가계여력 약화, 2025년 비정상적 기상 여건에 따른 방문객 급감 등으로 현금흐름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핀란드 정부의 지원금도 2023년 끊기게 됐다.
동물원은 판다들이 사는 ‘스노우판다 하우스’ 등의 관련 시설을 만드는 데만 800만 유로(119억원)을 투자했다. 중국에 지불하는 임대료를 포함해 연간 150만 유로(약 25억원)에 달하는 유지비가 들었다. 총 15년을 빌렸지만,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결국 지난해 판다들을 중국으로 되돌려보냈다고 한다.
결국 재정난을 버티지 못한 동물원은 파산하게 됐다. 핀란드 법원은 10월 초 동물원 운영 주체에 대해 파산을 선언했으며, 동물원은 ‘방문·돌봄 협회’(Visit and Care Association)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1유로에 부가가치세 25.5%가 별도로 적용됐으며, 시의회 승인 절차를 거쳤다. 동물원의 부지와 시설, 동물들과 각종 장비 등이 포함됐다.
아리아 발리야호 동물원장은 핀란드 일간지 일카-포히얄라이넨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수년간 여름마다 이상 한파와 심한 폭우가 계속되고 핀란드 가정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져 동물원의 운명이 폐쇄로 끝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코 사볼라 아타리 시의회 의장은 “아타리 동물원이 이곳의 야생동물 보호와 지역 관광에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며 “이처럼 파산하게 된 것은 정말 서글픈 일”이라고 말했다.
아타리동물원은 축구장 약 84개가 합쳐진 규모를 자랑한다. 동물원 시설에 수용된 종만도 50여종에 이른다. 늑대, 큰 곰, 스라소니 등 북극권 동물들도 포함돼 있다.
현재 동물원 측은 동물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자를 찾는 데 노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방문·돌봄 협회는 몇 달간 임시로 동물들을 돌보고 복지를 맡게 된다. 새로운 운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동물들은 유럽의 다른 동물원들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