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를 저지르다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 45명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중국 국적의 범죄 총책 ‘부건(가칭)’이 만든 조직에서 1년여간 110차례에 걸쳐 93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경찰청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과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40대 A씨 등 45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캄보디아 프놈펜과 태국 방콕 등에서 로맨스 스캠과 리딩방, 전화 금융사기, 노쇼 사기 등의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주로 20∼30대 남성으로 이뤄진 피의자들은 총책인 부건을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와 입출금 관리, 가짜명함 제작 등을 담당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속이는 로맨스 스캠팀, 검찰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나뉘어 범행했다.
로맨스 스캠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건 만남 업체를 사칭하며 피해자를 상대로 가입비와 인증비를 입금하도록 유도해 23명에게 26억여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팀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태국 방콕에서 우체국 택배기사와 금융회사 등을 사칭해 21명의 피해자들에게 59억여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리딩방팀은 텔레그램을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월드 코인이 곧 업비트에 상장되니 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서울 강남에서 투자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의 방법으로 57명에게 4억여원을 편취했다.
이들은 총책인 부건이 캄보디아 프놈펜 상캇에 마련한 건물에서 2인 1조로 합숙하며 실장과 팀장, 팀원 등으로 위계 체계를 갖춘 뒤 범행을 지속해왔다. 범행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승진까지 시켜주는 등 일반 회사의 인사시스템도 도입해 조직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범죄를 인지하고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45명 가운데 29명은 지역 선후배 사이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권유에 따라 캄보디아로 향했다. 나머지 8명은 인터넷 구인 광고 등을 보고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탔고, 6명은 현지 카지노에서 여행 경비를 모두 탕진한 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 가운데 일부는 “협박과 폭행을 당해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피의자 45명 모두 범행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또 이들 대부분은 캄보디아 현지에 구금된 뒤에도 총책이 캄보디아 당국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것이라고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하루에도 많으면 수차례 모르는 사람에게 SNS메세지를 받을텐데 상대하거나 입금하지 말라”며 “애매할 때는 꼭 112나 가까운 경찰관서에 방문해 상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