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고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던 7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생을 마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16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제맹순(76)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와 간, 양쪽 안구를 기증했다고 28일 밝혔다.
제씨는 지난 8월 11일 아침 남편에게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 재빨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가 됐다. 유족들은 제씨가 평소 다른 사람을 돕던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제씨는 경북 성주군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가정주부였던 그는 2008년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남편을 간호해왔다. 보육원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제씨의 아들인 김동훈씨는 아직도 집 안 물건들을 보면 어머니의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몸은 떠나셨지만, 엄마가 남긴 따뜻함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게요. 이제는 모든 아픔 내려놓고,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엄마”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사랑을 나눠준 기증자 제맹순씨와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