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금값, 온스당 4000달러 붕괴…“거품 걷히는 중”

입력 2025-10-28 11:15 수정 2025-10-28 14:13
국민일보DB

급등 랠리를 이어가던 금값에 제동이 걸렸다. 일주일 만에 9% 넘게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7주간 27% 급등해 지난 20일 온스당 438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만에 9% 이상 급락해 이날 장중 한때 온스당 3980달러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금값 하락이 “지속 불가능한 랠리에 대한 건전한 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몇 주간은 더 깊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존 리드 세계금협회(WGC) 시장전략가는 “현재보다 더 큰 폭의 조정이 오히려 환영받을 일”이라며 “지금의 가격 수준은 업계 누구도 지속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글로벌 금 거래은행의 고위 임원은 “금값이 이렇게까지 오른다고 믿은 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금값이 급등한 이유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각국의 높은 부채 수준, 달러화 약세에 대한 헤지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중앙은행들은 외환 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 매입을 늘려왔지만, 최근 가격 급등으로 매입 속도는 다소 둔화했다.
금괴와 은괴. 로이터연합뉴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 랠리가 ‘투기성 자금’이 과도하게 몰린 결과로 평가했다. 폴 피셔 런던금시장협회(LBMA) 전 의장은 “이번 하락은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조정”이라며 “투기성 자금이 정리되면 다시 상승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값의 장기 상승세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 HSBC·뱅크오브아메리카·소시에테제네랄 등 주요 은행들은 내년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 귀금속 시장 최고 권위 기구인 LBMA의 루스 크로웰 최고경영자(CEO)는 “금은 여전히 견조한 상승 흐름을 타고 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류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