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이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추징 불가 사유로는 범인의 사망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범죄수익 추징 현실화를 위해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31일 기준 범죄수익 추징금 집행대상액은 약 33조1800억원이다. 이중 집행이 이뤄진 추징금은 878억3800만원에 불과했다.
박 의원실이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집행에 성공한 추징금은 전체 집행대상액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집행대상액 약 32조9769억원 중 1547억4100만원이, 2023년에는 집행대상액 약 32조2445억원 중 1049억원 가량만이 환수됐다.
추징금 환수 실패 사유로는 ‘범인의 사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8월 기준 환수 불능액 236억8700만원 중 범인의 사망으로 인한 금액은 204억1100만원으로 약 86%를 차지했다. 2024년에도 불능액 360억7000만원 중 267억9300만원이 같은 이유로 환수되지 못했다. 2023년은 불능액 244억3800만원 중 157억4500만원, 2022년은 불능액 248억7400만원 중 204억3500만원이 범인 사망으로 인한 환수 실패액이었다.
추징금에는 보이스피싱 등 다중피해사기로 인한 범죄수익이 포함되며, 민생침해범죄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범죄수익 유형별 환수 현황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은 “범죄의 조직화, 국제화로 범인 검거가 어렵고 피해 심각성에 비해 회복이 어려운 보이스피싱, 불법 온라인도박, 마약 범죄 등 다중피해사기에 범죄수익 몰수 추징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면 범인의 사망, 불특정, 소재불명 등으로 공소제기가 불가능하더라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게 된다. 또 해외 도피 중인 주범을 검거하지 못하거나 최종 수익자를 특정하지 못하더라도 범죄수익을 환수해 박탈하고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법무부 역시 독립몰수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박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포함해 비슷한 취지의 법안 7건이 계류돼 있다.
법무부는 “보이스피싱, 유사수신‧다단계 사기 등 다중민생 피해를 야기하는 특정사기범죄에 대해 범죄수익 환수를 강화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수익환수제도 법령 정비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캄보디아 스캠 사태와 관련해 “제2 제3의 캄보디아 사태를 막고 아동 성착취물 범죄 등 국경을 초월해 벌어지는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독립몰수제는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의원은 “보이스피싱, 불법 온라인도박, 마약 등 민생침해 범죄조직의 범죄수익은 끝까지 추적해 몰수·추징해야 한다”며 “범죄수익을 바탕으로 범죄조직을 운영·확대해 피해를 키우는 악순환을 단호히 끊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