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LOC 개선 늑장 대응… APEC 앞두고 임시시설에 2억 증발

입력 2025-10-28 10:08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부산 김해공항의 항공 안전시설 개선공사가 늦어지면서 임시시설 설치에만 2억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의 늑장 대응으로 ‘안전 최우선’을 내세운 정부 약속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정 의원(국민의힘·부산 연제구)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해공항 로컬라이저(LOC) 개선 사업은 애초 상반기 내 완료 계획이었으나 설계·승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본공사가 APEC 이후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는 정상회의 기간 임시 LOC를 설치했다가 행사 종료 후 철거하고 내년 1월까지 본공사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을 따라 착륙하도록 유도하는 핵심 장비로, 작년 12월 무안공항 사고 당시 오작동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이후인 올해 1월 “전국 공항의 로컬라이저 개선을 상반기 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달 현재 공사가 완료된 곳은 포항경주공항 단 한 곳뿐이다.

김해공항의 경우 지난 6월 23일 실시설계를 마친 뒤 7월 10일 부산지방항공청에 공사 승인을 신청했지만, 한 달 넘게 후속 절차가 지연됐다. 8월 5일 승인 통보를 받은 다음 날 공항공사는 “APEC 이전 공사 완료가 불가능하다”며 국토부에 재검토를 요청했고, 결국 같은 달 28일 관계기관 회의에서 임시 설치·철거 방안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로컬라이저 임시시설 설치와 철거에 2억원이 추가 투입되고, 본공사에 별도로 5억원이 더 들어가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도 로컬라이저 개선 사업의 전국적 지연 문제를 확인했다. 포항경주공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항은 아직 시공업체 선정이나 설계 용역 단계에 머물러 있다. 광주공항만이 공사 중이고, 제주공항은 여전히 설계 용역 중이다. 사고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상반기 내 개선” 약속은 사실상 이행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 기간(10월 26일~11월 1일) 동안 김해공항 임시시설을 유지한 뒤 다음 달 3일부터 철거에 들어가 내년 1월까지 본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김 의원은 “APEC 개최 일정은 1년 전부터 예정돼 있었음에도 공항공사가 일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무안 사고 이후 안전을 강화하겠다던 정부 방침이 말뿐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늑장 행정으로 국민 세금 2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고, 외국 정상들이 이용하는 공항의 핵심 안전시설이 임시 장비로 운영되는 것은 국가 신뢰에도 흠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