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 외교의 언어가 되고, 도시가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창구가 돼야 한다는 제안이 부산을 찾은 각국 대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관광을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닌 문화외교와 상호이해의 수단으로 확장하자는 논의가 제1회 글로벌도시관광서밋 대사 세션에서 이어졌다.
27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도시관광서밋(부산시·국제기구 글로벌도시관광진흥기구(TPO)·부산관광공사 공동주최) 의 ‘대사 세션’에서는 관광이 도시 간 소통과 문화 교류의 핵심 외교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4개국 22개 도시 관계자와 국제기구, 관광·학계·산업계 전문가 등 4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서밋은 도시의 미래 관광 전략을 디지털·데이터·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관광을 통한 문화외교: 대사가 말하는 도시와 세계의 연결’을 주제로 한 세션은 서정인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라민 하사노프 아제르바이잔 대사, 알리셰르 압두살로모프 우즈베키스탄 대사,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쿠바 대사 등 세 명의 대사가 연사로 참여했다.
라민 하사노프 아제르바이잔 대사는 자국의 대표 관광지인 ‘불의 나라’ 고부스탄과 불의 산(야날 다그) 을 사례로 들며 “유산 보존과 관광 개발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균형 속에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유산의 보전은 단순히 과거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국가의 품격과 신뢰를 세우는 외교 행위”라며 유산 관리가 곧 문화외교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알리셰르 압두살로모프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부산과 자국 간 직항 노선 개설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인적·문화적 연결성을 강화하고, 문화·교육 분야 교류를 넓혀가자”고 말했다. 그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사마르칸트와 샤크리사브즈 등 세계문화유산 도시를 소개하며 “관광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이야기의 교류이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스토리 기반 문화외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클라우디오 라울 몬손 바에사 쿠바 대사는 하바나 외 지방 도시의 관광 다변화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하바나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예술과 생활 문화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 중심 관광이야말로 가장 지속가능한 외교 방식”이라고 밝혔다. 또 재즈·영화·춤 등 쿠바 예술을 매개로 한 체험형 관광을 예로 들며 “관광객이 도시의 일상을 공유할 때 문화가 서로를 이해시키는 언어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관광은 도시를 세계와 연결하는 문화외교의 플랫폼” 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산 보존·도시 교류·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세계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의 핵심 가치로 꼽았다.
이번 세션은 경제적 산업으로 여겨졌던 관광의 의미를 문화·외교·교육 협력의 장으로 확장하고 도시가 외교의 주체로 서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정인 좌장은 “관광은 단순히 방문객을 맞이하는 산업이 아니라, 문화와 신뢰를 쌓는 도시 외교의 통로”라며 “부산이 이러한 연결의 중심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