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 비핵화 양보하면 실책…한·일도 핵 보유 논의할 것”

입력 2025-10-28 07: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연일 회동을 제안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양보할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도 핵 보유 논의가 일어날 것이라는 미국 언론 전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또 다른 회담은 모색하고 있지만 지금은 2019년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더 가까워지고 대담하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이번 주 김정은에게 거듭 회담을 희망하는 것은 트럼프의 즉흥적 스타일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당시와 달리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고도화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 두 번째 국가인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김 위원장이 동의한다면 순방 일정도 연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바로 그쪽으로 갈 수 있다”며 “그것(일정 연장)은 아주 쉬운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30일에 한국을 떠날 계획이지만 이를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는 지난 24일 순방에 나서면서도 북한을 향해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WP는 이에 대해 “그 발언은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보유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암시처럼 불길하게 들렸다”며 “이러한 중대한 양보는 실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일본과 한국에서도 핵무기 보유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촉발할 것”이라며 “양 동맹국은 이미 미국이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품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김정은과의 협상에는 목표와 레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김정은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미국의 동맹국들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도록 하며 나쁜 협상에서는 기꺼이 물러설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