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 도시재생과 지역 균형발전을 이끄는 포용적 거버넌스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도시관광서밋(The Global City Tourism Summit·GCTS)’(부산시·국제기구 글로벌도시관광진흥기구(TPO)·부산관광공사 공동주최) 기조 세션(유엔 세계관광기구·UN Tourism 고위급 세션)에서 각국 관광정책 관계자들은 도시의 회복력·시민참여·지역 균형을 잇는 거버넌스 혁신이 지속가능한 관광의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14개국 22개 도시 관계자와 국제기구, 관광·학계·산업계 전문가 등 4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서밋은 도시의 미래 관광 전략을 디지털·데이터·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기조 세션은 ‘문화관광과 도시재생의 통합-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도시를 위한 거버넌스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좌장은 태은지 UN Tourism 아시아태평양지역국 전문관이 맡았으며, 조나단 투어텔롯 내셔널지오그래픽 목적지관리센터(DSC) CEO가 기조 발표를 했다. 패널로는 타케시 나카노 일본 관광청 부청장, 니 루 푸스파 인도네시아 관광부 차관, 이인숙 한국관광공사 MICE실장이 참여했다.
태은지 전문관은 “팬데믹 이후 관광산업이 2019년 수준의 99%로 회복했지만, 교통혼잡과 주거난,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도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제는 도시의 수용력과 시민의 삶을 함께 고려하는 관리형 관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성장보다 균형, 속도보다 지속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나단 투어텔롯 CEO는 “관광의 목표는 더 많은 방문객이 아니라 ‘적합한 방문객’을 설계하는 데 있다”며 “관광정책은 도시가 원하는 가치와 생활환경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의 단기 임대 전면 금지로 주거난이 오히려 심화한 사례를 들며 “1~2채만 임대를 허용하는 정밀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관광은 도시경제의 수단이지만, 시민이 주거지를 떠나게 만드는 방식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관광을 통해 도시가 재생되려면 성장의 속도보다 질적 균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일본의 타케시 나카노 부청장은 지방 도시로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일본의 전략을 설명했다. “2019년 이후 일본을 찾은 관광객 수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제는 도쿄·오사카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시카와 등 지방 도시에서 주민과 협의해 만든 로컬 해설형 프로그램, 교토의 환승 전용 동선·짐 보관 서비스·에티켓 픽토그램 도입 사례를 소개하며 “지방정부와 업계,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일본의 시도는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서비스 개선을 통한 자율적 분산 관리로 시민과 관광객의 공존을 모색한 사례로 평가됐다.
이인숙 한국관광공사 MICE실장은 서울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한국의 지역 관광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젊은층과 개별 관광객 중심의 트렌드가 뚜렷해졌고, 서울 방문률은 78.4%에 달하지만 부산 등 지방 도시는 여전히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주민이 직접 관광 사업을 운영하는 ‘관광두레’, 외부 방문객에게 지역 상품 혜택을 제공하는 ‘디지털 관광아이디’, 중소 도시를 회의·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타운 마이스’ 등을 소개하며 “지역 주민이 관광의 주체로 참여하고, 경제적 이익이 다시 지역으로 환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 도시 간 불균형을 줄이고 지역이 스스로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니 루 푸스파 인도네시아 관광부 차관은 “다도해 국가의 특성을 살린 지역 분산 전략과 커뮤니티 관광이 핵심”이라며 “섬과 자연 자원을 생활 경제와 연결하고, 환경보전과 데이터 기반 관광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규모 자연 자원을 가진 국가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관광·환경·지역경제를 하나의 구조로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단기 임대와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투어텔롯 CEO는 “정책의 핵심은 규제 강도가 아니라 디자인의 정밀도”라며, 각 도시가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은지 전문관은 “경제효과뿐 아니라 사회·환경 비용까지 측정할 수 있어야 목적지 관리가 가능하다”며 관광 통계의 확장과 데이터 기반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관광의 성과를 수익 중심에서 사회적 가치와 비용까지 포함한 전면적 관리 체계로 넓혀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세션의 마지막에서는 관광의 본질과 도시의 역할이 다시 강조됐다. 투어텔롯 CEO는 “관광은 도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될 때 자연히 관광도 성장한다”고 말했다. 태은지 전문관은 “정부와 민간, 시민이 협업하는 플랫폼이야말로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도시재생과 지역 균형, 시민참여를 아우르는 포용적 거버넌스가 지속가능한 관광의 열쇠라는 데 뜻을 모으며 세션을 마무리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