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두고 관광객 몰린 불국사…“부끄럽지 않은 시설”

입력 2025-10-28 05:01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나흘 앞둔 27일 경주 불국사는 행사 준비를 끝마친 분위기였다. 일부 보수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을 제외하면 불국사 주차장부터 내부까지 분주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관광객들이 정비된 불국사를 둘러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불국사에서는 31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배우자들을 위한 문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불국사에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각국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 붐볐다. 주차장에서 불국사의 입구인 불이문까지는 한적한 분위기였지만, 불이문을 지나자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 놀러 온 관광객도 있었다.

불이문을 따라 올라오면 있는 범종각 앞에는 불국사 구경을 마친 관광객들이 물을 마시며 쉬고 있었다. 단체로 놀러 온 중년 여성들은 과거 수학여행 시절을 추억하기도 했다. 한 관광객이 “예전엔 이 길이 다 흙길이었는데 바뀐 거 봐라”라고 말하자 다른 관광객이 “그러네. 세상 좋아졌다”라고 호응했다.

범종각을 지나 불국사 극락전으로 이어지는 칠보교. 그 앞에서 만난 이탈리아 여행객 파비오(32)는 “이제 막 도착해서 구경 중인데 정말 매력 있다”고 말했다. APEC 기간 정상 배우자들이 불국사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전해주자 “(한국이) 그래서 정말 불국사를 잘 보수해놓은 것 같다”며 “색감이나 분위기, 공원 정비 등 매우 잘 꾸며놨다”고 칭찬했다. 그의 친구 일로나(33)도 “절에 처음 와보는데 정말 흥미롭다”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 같다”고 말했다.

칠보교를 지나 불국사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백운교에 다다르자 더 많은 관광객이 모여있었다. 부산에서 직장 동료들과 야유회를 왔다는 이동재(64)씨는 “불국사가 이 정도면 APEC 행사를 하기에 더 고칠 것도 없다”며 “문화재로서 부끄럽지 않은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관광객들은 대웅전이나 다보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불국사를 구경했다. 삼삼오오 모여 대웅전을 둘러보고 소감을 나누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APEC 행사로 경주를 찾은 김에 불국사를 구경하러 왔다는 이세인(21)씨는 “셔틀버스 등 교통이 중심가에 쏠린 것 같아 살짝 아쉽다”면서도 “경주라는 도시가 문화, 역사가 담겨 있어서 한국적인 면이 살아나는 것 같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광객은 28일까지 개방되는 불국사를 관람할 수 있다. 29일부터 31일까지는 APEC을 위해 잠시 통제된다. 30일에는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부총리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방문할 예정이다. 31일 오전 정상 배우자 행사가 끝나면 오후부턴 문을 다시 열 계획이다.

경주=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