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가 심각했던 올여름 낙동강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수질이 생활용수 용도로 쓰기 어려운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물금·매리 취수장은 낙동강 물을 끌어들여 부산·경남 주민들이 식수, 수돗물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수장으로 보내는 곳이다.
28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올해 5~8월 낙동강 수질 측정 현황’에 따르면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에서 해당 기간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총유기탄소량(TOC), 총인(T-P) 등 항목에서 3(보통)~5(나쁨)등급의 수질이 측정됐다.
환경정책기본법에 명시된 하천 생활환경 기준에 따르면 3등급은 일반적 정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수준이고, 고도의 정수처리를 거쳐야 생활용수로 사용 가능하다. 4~5등급은 고도·특수 정수처리를 거쳐도 생활용수로 이용할 수 없다.
조사 기간 동안 COD는 총 9일, TOC·T-P는 총 5일 동안 보통(3등급), 약간 나쁨(4등급), 나쁨(5등급) 등의 수질을 기록했다. 총대장균군 항목은 조사 대상 기간 내내 하천 생활환경 기준상 ‘등급외’ 수치를 찍으며 높은 오염도를 보였다.
물금·매리 취수장은 올해 10월 초까지 134일간 조류 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수질 악화에 시달렸다.
그런데 나쁜 수질을 기록한 기간에도 낙동강 물은 계속 원수로 쓰였다. 기후부에너지환경부는 “물금·매리 취수장 원수의 검사 결과가 1~2등급에 해당해 수질 악화로 인한 취수 중단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여름철 수질이 일시적으로 악화해도 다른 기간 양호한 수질이 이를 희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수원관리규칙에 따라 월 1회 측정한 값을 평균 낸 연간 수치를 기준으로 수질을 평가한다.
녹조의 정도를 나타내는 ‘유해 남조류 세포 수’나 녹조가 방출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수질 측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에서 COD, TOC, T-P 등이 3~5등급으로 측정되던 시기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부유물질량(SS)·DO(용존산소량) 등 다른 지표는 1등급 수질로 측정된 것도 ‘이상 무’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줬다.
기후부는 양호한 검사 결과가 나오는 BOD를 앞세워 4대강 수질이 개선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BOD 중심으로 하천 수질을 평가하는 관행·관성이 녹조 현상 등으로 인해 심각해진 수질 악화 문제를 가린다는 지적이다.
기후부는 BOD 기준으로 지난해 4대강 수질 개선 목표 달성률이 88%에 달한다고 추산한 결과를 최근 국회에 보고했다. 기후부 물환경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는 낙동강 수질이 BOD 기준 37% 개선됐다는 홍보 그래픽이 게시됐다.
이용우 의원은 “녹조가 창궐한 강물의 수질을 객관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현행 수질 환경기준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