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척에서 50척으로… 부산서 20년, 세계를 잇는 윌헴슨쉽매니지먼트

입력 2025-10-27 20:00 수정 2025-10-27 20:16
이대우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 대표가 부산 본사 로고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 제공

글로벌 선박관리기업 윌헴슨쉽매니지먼트(Wilhelmsen Ship Management·WSM)가 올해 부산법인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2005년 단 5척의 선박과 직원 4명으로 출발한 한국법인은 현재 50척, 40명의 직원으로 성장했으며, 400명의 한국인 선원을 고용한 국내 최대 외국계 선박관리회사로 자리 잡았다.

선박관리 세계 톱 기업이 부산에서 20년을 이어온 것은 단순한 기업 성장의 기록을 넘어 한국 해운산업과 지역 인재 육성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선장 출신의 이대우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 대표는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은 이제 단순한 항만도시를 넘어 글로벌 해운 인재의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세계 시장의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1861년 노르웨이에서 창립된 윌헴슨쉽 그룹은 160년 넘게 해운산업에 뿌리를 둔 세계적 기업이다. 선박 관리 부문을 담당하는 윌헴슨쉽매니지먼트는 LNG·LPG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PCTC), 해양플랜트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특수선 관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현재 300척 이상의 선박을 관리하며, 전 세계에서 1만1000명 이상의 선원이 소속돼 있다. ‘정직성과 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이 회사는 가족기업 구조를 유지하며 신뢰 기반의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부산법인은 2005년 고객사인 유코카캐리어스(EUKOR Car Carriers)의 선박 관리를 위해 설립됐다. 당시 관리 선박은 5척, 직원은 4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선박 50척, 직원 40명으로 규모가 10배 이상 확대됐다. 부산에서 선박 운영 면허를 취득한 첫 외국계 선박관리회사로, 한국 해운업계의 개방을 상징하는 이정표로 평가받았다. 2009년에는 ‘선원관리업 면허’를 취득하면서 한국인 선원을 직접 선발·관리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현지화 기반을 다져 현재는 자동차운반선뿐 아니라 가스 운반선·벌크선까지 관리 영역을 넓혀왔다.

이 대표는 “한국 선원의 전문성과 신뢰성이 윌헴슨쉽의 성장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선원들은 기술력과 규율, 전문성을 모두 갖춘 인력으로, 빠른 적응력과 투철한 직업의식은 세계 어디서든 인정받는다”며 “교육과 양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선원 부족 문제 해결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윌헴슨쉽은 한국해양대학교 등 교육기관과 협력해 체계적인 선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실습생 제도를 통해 젊은 인재를 선발·훈련하고 있으며 육상 근무로 전환하는 경력 경로도 열어놓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 덕분에 선원 유지율이 95%에 달한다. 이 대표는 “단순한 고용이 아니라, 선원들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 해운 인재가 부산을 중심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고 했다.

여성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2022년 한국인 최초 여성 선장을 배출한 데 이어, 글로벌 실습생 프로그램의 여성 비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해운업은 여전히 남성 중심 산업으로 인식되지만, 여성의 참여 확대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창립자 가문의 재단을 통해 여성 실습생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산법인의 성장 배경에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회사 직원과 선원, 경영진이 함께 참여하는 김장 나눔과 연탄 배달 같은 자원봉사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부산에서 성장한 기업으로서 지역과 함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며 “이런 활동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기업문화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탈탄소화라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윌헴슨쉽은 선주와 협력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데이터 기반 성능 모니터링, 친환경 기술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제 규제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해운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협력과 기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부산법인도 이 변화의 한가운데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장 출신인 이 대표는 LNG선·자동차운반선·벌크선 등에서 10년 이상 승선하며 현장 경험을 쌓은 해운 전문가다. 조선업계 품질관리 분야를 거쳐 2008년 윌헴슨쉽매니지먼트코리아에 합류했으며 부대표를 거쳐 현재 대표로서 선박 관리 전 부서를 총괄하고 있다. 핀란드 알토대학교에서 국제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그는 “바다 위 선박에서 리더십은 신속한 결정과 명확한 명령이지만, 경영의 리더십은 신뢰와 협업”이라고 말했다. 이제 사장이 된 그는 현장에서 배운 원칙을 바탕으로 ‘권위가 아닌 영향력으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을 실천하며,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해운·해양산업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세계로 도전할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커리어의 무대”라며 “앞으로도 부산이 해운 인재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런 기회를 만들어가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