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성수동 사례로 본 도시 브랜딩 전략… ‘시설보다 경험의 시대’

입력 2025-10-27 18:53
27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회 도시디자인 혁신포럼’에서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가 ‘성수동 팝업 신화로 본 부산의 기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는 27일 오후 시청 국제회의장에서 ‘제3회 도시디자인 혁신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부산’ 선정 이후 시정 전반에 창의적 디자인 관점과 브랜드 사고(Brand Thinking)를 접목하기 위해 마련된 내부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본청과 구·군, 직속 기관과 산하 공공기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주제는 ‘성수동 팝업 신화로 본 부산의 기대’. 이번 강연을 통해 부산시는 서울 성수동의 로컬 브랜드 성장 과정을 분석하며, 도시공간을 브랜드 자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적 통찰을 얻고자 했다. 강연자로 나선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는 ‘결국, 오프라인’의 저자이자 공간 기획자로, 성수동에서 브랜드 경험과 팝업을 결합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로 구축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도시가 단순히 시설이 아니라 ‘사람과 콘텐츠가 관계를 맺는 플랫폼’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브랜드로서의 생명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제 중요한 건 ‘팝업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만드는가’와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라며 “형태보다 맥락, 시설보다 경험이 도시 경쟁력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의 공간을 단순한 건물의 집합이 아닌 ‘사람을 모으는 미디어’로 정의하며, 부산이 이 방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수동 사례 분석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성수는 압도적인 콘텐츠 밀도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움을 주며 성장했다”며 “팝업이냐 상설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계속 변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기대감의 구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성수 일대에서 열린 팝업과 콘텐츠 행사를 통해 보수적으로 1300만 명 이상에게 브랜드 노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TV 광고비로 환산하면 천문학적 수준이며, 지속적인 콘텐츠 교체가 도시의 마케팅 비용을 대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의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우리 것의 재발견’을 강조했다. 그는 “부산은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기에 다양성이 풍부하다”며 “해수욕, 다방, 노래방 문화 등 많은 콘텐츠가 부산에서 시작됐지만 재해석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따라 하는 도시가 아니라 우리만의 것을 현대적으로 경험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산의 도시브랜드 전략은 단기 이벤트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최 대표는 “도시는 단기 화제성보다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과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벤트의 도파민은 잠시 반짝일 뿐이며, 운영의 힘이 도시의 가치를 만든다”며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시설보다 이야기의 시대”라고 말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는 공무원들의 실무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팝업이나 브랜딩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최 대표는 “예산이 적을수록 중요한 건 선택과 집중”이라며 “무조건 예전 형태를 유지하기보다 목적에 맞는 핵심 한 가지를 제대로 실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이번 포럼은 도시디자인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정책과 사업의 언어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는 강연을 통해 제시된 실무 포인트를 전 부서와 공유하고, 향후 공공디자인 정책과 도시재생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고미진 시 미래디자인본부장은 “도시의 매력은 결국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와 공간에서 비롯된다”며 “부산의 로컬 브랜드가 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그 공간이 다시 방문의 이유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세계디자인수도라는 국제적 위상을 행정 혁신으로 연결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디자인 기반 정책을 지속 확산할 방침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