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을 맡고 있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실에서 이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민 특검에게 오는 12월 전까지는 자리를 지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 특검은 이달 태양광 소재 업체인 네오세미테크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한 뒤 상장폐지 직전 매도해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사의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서는 다음 달 말까지는 직을 유지해달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대통령실 민정라인에서 11월말까지는 자리에서 물러나지 말고 있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의 현재 수사기한은 다음 달 28일까지이고, 이재명 대통령의 승인을 얻으면 12월 28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민 특검이 사의를 밝힌 시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맡았던 한문혁 부장검사의 ‘술자리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장검사는 김 여사 계좌 관리인이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2021년 7월 술자리에서 동석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직무배제됐다.
앞서 이 전 대표의 측근은 지난 13일 “공익제보”라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술자리 사진을 특검팀에 보냈고, 특검 지휘부는 23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즉시 검찰에 파견 해제를 요청했다. 민 특검은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지기 직전 대통령실에 ‘특검 임무를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 특검의 사의 표명과 이에 대한 반려 여부에 대해 “말씀드릴 내용이 없고 특검 쪽에 확인을 해보라”며 답변을 피했다. 특검 관계자 역시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밝혔다. 민 특검 본인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특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는 “민 특검이 사의를 표했으나 대통령실이 좀 더 있어달라고 했다”며 “민 특검이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 특검의 사의 배경에는 비상장 주식 투자 논란과 함께 특검 조사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평군 공무원 사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민 특검은 최근 주위에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괴로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김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으로 수사받던 양평군청 공무원이 사망하면서 강압 수사 논란이 불거진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사건 이후로 “특검을 특검해야한다”며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팀장인 한 부장검사가 이 전 대표와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민 특검은 더욱 자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 특검은 지난 24일 한 부장검사와 면담하면서 “나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는 것 같다. 정말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자신의 주식투자 논란으로 특검 수사의 공정성이 흔들렸고, 검사·수사관의 수고가 폄하되는 상황에 괴로워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재현 이동환 구자창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