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신 전설 트래비스 스콧 첫 내한…트랩 사운드로 물든 고양

입력 2025-10-27 18:17 수정 2025-10-27 18:18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이 25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하고 있다. 무대에는 돌로 된 구조물이 놓여 있다. 독자 제공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콧이 25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무대에 오르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과거 로마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광란의 현장으로 변했다. 하늘로 치솟는 불기둥과 지면을 진동시키는 거대한 비트가 어우러지며 쇼의 시작을 알리자 4만8000명의 관객은 폭발적 함성을 터뜨렸다.

‘트래비스 스콧-키르쿠스 막시무스 인 코리아’ 콘서트는 스콧의 정규 4집 ‘유토피아’의 첫 트랙 ‘하이에나’로 막을 올렸다. 사이키델릭 트랩 사운드 위에 속도감 있는 스콧의 싱잉 랩이 더해지자, 관객들은 순식간에 리듬에 녹아들었다. 거대한 돌 구조물이 놓인 무대 위에서 민소매 차림으로 관객을 내려다보는 스콧의 눈빛이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잡히자 객석은 폭발 전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스콧은 팬들을 ‘레이저스’(Ragers)라 부른다. 직역하면 ‘광인들’, 그의 음악 세계에서 레이저스는 현실의 억눌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폭발하는 존재를 뜻한다. 공연 중반 그는 “서울의 레이저스를 무대 위로 부르고 싶다”며 여성 관객 1명과 남성 관객 3명을 지목했다. 빠른 비트의 ‘백룸스’와 ‘타입 싯’이 연주되는 동안 무대에 오른 관객들은 스콧을 둥글게 에워싼 채 리듬에 몸을 맡겼다. 쉴새 없이 무대 위 스콧과 이들에게 쏟아지는 레이저와 섬광에 공연장 열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마마시타’가 울려 퍼지자 공연장 분위기는 단숨에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다. 느린 템포의 드럼 사운드 위로 스콧의 낮고 거친 보컬이 깔리며 공기를 진동시켰다. 무대 위는 연기로 자욱했고, 조명이 스칠 때마다 그의 실루엣이 잠시 드러났다. 평소보다 절제된 오토튠으로 날것의 목소리를 드러낸 스콧은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신비로운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연의 정점은 단연 대표곡 ‘페인(FE!N)’ 무대였다. 전자음의 전주가 흐르자 관객들은 일제히 팔을 높이 들고 후렴구를 따라 부를 준비를 했다. 스콧은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질주하듯 에너지를 쏟아냈다. ‘페인’이 반복되는 후렴구 비트가 점차 빨라지자 관객들은 그 숨막히는 리드감에 빠져들며 공연의 절정을 체감했다. 스콧은 여섯 차례에 걸쳐 ‘페인’을 반복하며 관객의 뜨거운 열기에 화답했다.

트래비스 스콧이 25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을 하던 중 스탠딩석 쪽으로 내려와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마지막 곡 ‘텔레키네시스’가 흘러나오자, 공연장의 공기는 서서히 차분해졌다. 스콧은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 위로 잔잔한 싱잉랩을 읊조리며 광란의 밤을 함께 보낸 관객들에게 천천히 작별을 고했다.

그는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사인을 남기며 팬들과 교감했다. 한 팬이 건넨 태극기를 머리에 두른 그는 공연장을 빠져나가며 “새 앨범을 내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고양=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