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임시 휴전선’ 새 국경 되나…휴전 2단계 논의 교착

입력 2025-10-27 17:53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의 국경 지대에서 작업 중인 이스라엘 군용 차량과 불도저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IDF)이 휴전 1단계를 위해 그은 임시 휴전선이 영구적인 국경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IDF는 자신들의 통제 지역을 표시하기 위해 200m 간격으로 높이 3.5m의 노란색 콘크리트 블록을 설치했다. 이 경계선은 가자지구를 사실상 반으로 나눈다.

서부 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부분 철수로 생긴 권력 공백을 메우려 통제권 회복에 나서고 있다. 하마스는 ‘친이스라엘’로 지목한 경쟁 세력이나 갱단을 공개 처형하며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인 동부와 남·북부 국경 지역은 IDF가 통제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드론과 감시 장비가 상시 배치돼 있으며 접근 시 즉각 사격이 가해진다.

경계선에 접근하는 사람에게 무차별 발포하라는 지시는 지난 19일 가자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군 2명이 팔레스타인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사망한 사건 이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의 명령으로 내려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휴전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하루 평균 2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는데 대다수는 임시 휴전선 인근에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 주민들은 노란색 경계선이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접근하면 총알이 날아온다고 전했다. 휴전선 인근 알카라라에 거주하는 무함마드 칼리드 아부 알후세인(31)은 “우리 쪽에서는 노란 선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며 “집 근처에 가면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드론이 머리 위를 맴돈다. 휴전이 됐다고 하지만 내겐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사망 인질 시신 전원 송환이 지체되면서 휴전 1단계 유지가 불안정한 상태다. 휴전 2단계 협상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2단계 협상에서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 가자지구의 전후 통치 방식, 국제안정화군 배치 등이 논의돼야 하지만 네타냐후 정부 내 강경 우파의 반대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가디언은 일부 이스라엘 언론이 노란 선을 ‘새로운 국경’이라고 부르는 등 휴전선이 점차 새로운 국경선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군사 전문기자인 요아브 지툰은 노란 선이 “가자지구를 축소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허용하는 높고 정교한 장벽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난민 지원단체인 국제난민(RI)의 제러미 코니딕도 노란 선을 두고 “서서히 진행되는 사실상의 가자 병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