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는 결혼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을 선호하고 있으며 장례는 병원 장례식장의 독무대가 된 지 오래다.
“생명의 시작인 결혼과 마지막인 장례는 교회가 반드시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중세 유럽에서 교회당과 시청이 마을의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교회당에는 시계가, 시청에는 깃발이 있었죠. 시계는 생명, 깃발은 권력을 상징했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난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의 말이다. 송 목사는 특히 장례 문화의 변화를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는다.
송 목사가 주목한 것은 창세기 야곱과 요셉의 임종 장면이다.
“창세기는 인류의 시작뿐 아니라 끝도 다룹니다. 23장의 사라 장지 구매, 24장의 결혼, 그리고 마지막 5장에 걸친 야곱과 요셉의 죽음 서술은 우리의 임종과 장례 교본입니다. 야곱은 오늘날로 말하면 ‘사전장례의향서’를 발표하고, 자녀들에게 축복하며, 신앙을 계승시켰습니다”
송 목사가 제시하는 장례 개혁은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첫째는 ‘녹색장례’다. “연간 장례에 사용되는 조화 폐기물 처리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죽은 사람을 애도한다며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죠. 종이관 사용 등으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두 번째로 ‘보건장례’를 꼽은 송 목사는 “레위기는 보건위생의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에볼라가 서아프리카를 휩쓴 이유 중 하나가 시신을 만지며 작별하는 장례 풍습이었습니다. 장례식장이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됩니다.”
셋째는 ‘선진장례’다. “현재 고인이 없는 비대면 장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신은 냉동실에, 사진만 놓고 절하죠. 서구 기독교 전통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교황의 장례를 보면 유리관에 모신 시신 앞에서 진정한 추모가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송 목사가 제안하는 해법은 구체적이다. ‘레스텔(Restel)’이라 불리는 시신 안치 냉장고가 핵심이다. 항온·항습·항균 기능을 갖춘 냉장고로 작은 공간에서도 장례가 가능하다. 다만 교회가 장례식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장사법상 허가 절차와 위생 및 방역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다른 대안은 ‘엔딩플래너’ 양성이다. “단순히 염습만 하는 장례지도사와 달리 임종 상담부터 시작해 유품 정리, 고인의 숨겨진 이야기 발굴까지 담당합니다. 성경의 아리마대 요셉이 바로 예수님의 엔딩플래너였죠.”
송 목사는 교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죽음학교’ 개설을 꼽는다. 현재 부산 수영로교회는 ‘인생 플러스’라는 죽음 학교를 운영 중이다. 송 목사는 “중세 페스트 시대 교회가 ‘아르스 모리엔디(죽음의 기술)’를 가르쳤듯 이제 교회가 죽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곱은 죽음 이후까지 설계했습니다. 요셉의 두 아들을 입양해 형제의 난을 막고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언약 백성 지위를 보장했죠. 이것이 진정한 데스플랜(death plan)입니다. 교회가 형식의 회복에만 머물지 않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영적 돌봄을 제공할 때, 사람들은 다시 교회를 찾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송 목사는 “교회가 먼저 섬기는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며 “신자든 비신자든 누구나 존중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장례 문화를 만들 때, 그것이 곧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