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 응급치료 거부 의사들 벌금형

입력 2025-10-27 17:20

생명이 위태로운 4살 아이의 119 응급의료 요청을 거부하고 진료기록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양산부산대병원 의사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당시 이 아이는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약 20㎞ 떨어진 다른 대학병원 투병하다가 다섯 달 만에 사망했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 김언지 판사는 27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34)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응급실 당직 근무 중이던 2019년 10월 새벽, 의식이 없던 김동희(당시 4세) 군을 태운 119구급차의 응급치료 요청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소방당국이 김군을 이송하면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자, 약 보름 전 김군이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던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소아응급실로 두 차례 응급의료 요청을 했지만, A씨는 이미 심폐소생 중인 응급환자가 있다며 응급실 입원을 거부했다.

당시 김군을 태운 구급차는 결국 20㎞가량 떨어진 부산의 다른 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김군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연명 치료를 받다가 이듬해 3월 사망했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 요청을 피해 피해자가 신속한 치료 기회를 놓쳤다”며 “다만 당시 응급실이 포화 상태였던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선 앞서 김군에게 편도선 제거술 후 출혈이 보이자 환부를 광범위하게 소작(燒灼·지짐술)하고도 일반 환자처럼 퇴원시키고, 제대로 의무기록에 남기지 않은 양산부산대병원 의사 B(41)씨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김군이 양산부산대병원 퇴원 후 증상이 악화해 찾아가게 된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대리 당직을 서면서 김군을 직접 치료하지 않고 119구급차에 인계한 후 진료기록을 곧바로 넘겨주지 않은 의사 C(45)씨에게도 역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의무기록 미작성·진료기록 미전달 등 의료법 위반 혐의만 인정했다.

의사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부산대병원에도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