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RCO),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베를린필),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빈필) 등 세계 3대 오케스트라가 11월에 내한공연 릴레이를 펼친다. 지난 2023년에 이어 2년 만에 세 오케스트라가 같은 시기에 서울을 찾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빈필이 2021년부터 매년 한국을 찾는 데다 RCO와 베를린필이 주로 홀수 해에 아시아 투어를 잡는 것과 관련있다. 이들은 홈그라운드에 주요 공연이 몰리는 10월과 12월을 피해 대체로 11월에 투어를 돈다.
세 오케스트라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에 오는 것은 RCO다. RCO는 1888년 암스테르담에 문을 연 공연장 콘세르트허바우의 상주 악단으로 창단됐다. 뛰어난 지휘자 및 연주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운드를 발전시켜온 RCO는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1988~2004)와 마리스 얀손스(2004~2015)를 거치면서 명실공히 세계 최정상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내한 무대는 2027년 RCO의 수석 지휘자로 공식 취임할 클라우스 메켈레와의 협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핀란드 출신의 메켈레(29)는 20대 초반부터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와 음악감독을 맡으며 차세대 거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6월엔 자신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협연해 한국 클래식 팬들을 사로잡았다. 메켈레와 RCO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키릴 게르스타인)과 버르토크 관현악 협주곡을,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협연 다니엘 로자코비치)과 말러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베를린필은 11월 7~9일 3일 연속으로 예술의전당에서 관객을 맞는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2019년부터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러시아 출신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봉을 잡는다.
1882년 독일 베를린에서 출범한 베를린필은 한스 폰 뷜로, 아르투르 니키슈,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거장이 지휘자를 맡아온 오케스트라다. 특히 카라얀이 35년(1955~1989) 이끄는 동안 ‘폭발적 에너지’로 대표되는 베를린필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이후 클라우디오 아바도(1989~2002)와 사이먼 래틀(2002~2008)이 이끌면서 현대음악으로도 레퍼토리를 확장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날짜별 프로그램이 다르다. 11월 7일에는 바그너의 지그프리트 목가,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브람스의 교향곡 1번 등을 연주한다. 8일에는 야나체크의 라치안 춤곡, 버르토크의 ‘중국의 이상한 관리’ 모음곡,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 1947년 버전 등을 선보인다. 마지막 9일에는 슈만 ‘만프레드’ 서곡으로 시작해 슈만 피아노 협주곡 등 7일 선보이는 곡으로 이어간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7, 9일 협연자로 나선다.
빈필은 11월 19~20일 예술의전당에서 5년째 한국 관객과 만난다. 1842년 창단된 빈필은 ‘황금빛 사운드’라는 수식어를 보유하며 세계 오케스트라의 정상에 군림해 왔다. 여느 오케스트라와 달리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케스트라는 원래 지휘자에 따라 음악이 표현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빈필은 1954년 상임 지휘자를 폐지하고 시즌마다 단원들이 선출한 객원 지휘자들에게 오케스트라를 맡기고 있다. 지휘자 개인의 색깔보다 단원들이 주체가 된다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은 독일 낭만주의 음악과 관련해 최고로 손꼽히는 거장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이끈다. 틸레만은 도이치 오퍼 베를린(1997~2004),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04~2011),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2012~2024), 바이로이트 페스티벌(2015~2020)를 이끈 데 이어 2024년부터 베를린 슈타츠오퍼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틸레만과 빈필의 조합은 국내에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19일 공연에선 슈만 교향곡 3번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20일 공연에선 연주시간이 80분에 달하는 대작인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