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혼란이 교차하는 트럼프 외교…중대 분기점 맞아”

입력 2025-10-27 18:01 수정 2025-10-27 18:01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떠나며 손짓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외교 행보가 성공과 혼란이 교차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임기 9개월째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지역 분쟁의 긴장을 완화하고 동맹국 방위비 분담을 증액시키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불안정한 외교 환경을 자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 적대국, 경쟁국할 것 없이 돌발적 외교를 벌였음에도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유럽의 동맹국들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자국 방위비를 늘리는 중이다. 또 휴전 상황이 위태롭기는 하나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을 석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처드 폰테인 신 미국안보센터(CNAS)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의 약점을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감각이 있다”며 “이 감각이 유럽과 가자지구, 이란 공습 등에서 실제로 협상력을 만들어냈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생산적인 회담을 가진 직후 캐나다 정부가 만든 로널드 레이건 연설 음성 광고에 격분해 무역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10%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또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격분하며 고율 관세로 대응했다가 곧 온도를 낮추며 시진핑 주석에게 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NYT는 지적했다. 한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기준점 없는 협상은 결국 상대에게 휘둘리게 된다. 트럼프 외교가 그 전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오는 30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가 만나고 싶어한다면”이라며 회동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NYT는 전문가들은 “트럼프 외교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어갈지, 아니면 변덕스러운 본성으로 인해 또다시 혼란과 충돌을 낳을지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 하버드대 수석연구원은 “롤러코스터식 외교의 추진력은 ‘전쟁을 끝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트럼프의 갈망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어떤 결과를 낳든 상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