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푸틴·트럼프 정상회담 지나친 지연 피할 것”

입력 2025-10-27 15: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재개가 불투명한 가운데 러시아 크렘린궁은 정상회담이 너무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양국이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여러 기대를 모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26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불필요한 지연 없이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이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먼저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이 그 입장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회담 이후 10월 중순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후속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연기됐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구체적인 날짜가 제안된 적이 없다. 이를 ‘취소’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상회담을 열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두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기반 작업을 지시한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 회담 쟁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결할 평화협정 체결, 휴전선 정리 등이다. 알래스카 정상회담은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 조건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며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헝가리 유튜브 채널 ‘울트라항’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부다페스트 정상회담 재개는 미국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은 미국이 제안했고, 러시아는 초대에 응한 것”이라며 “모든 것은 제안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 대해서도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유가 유럽연합(EU)의 반발 때문에 연기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앙카라·모스크바 분석 네트워크의 엥긴 오제르 수석전문가는 리아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헝가리가 EU와 사전 조율 없이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을 일종의 방해 행위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오제르는 EU가 이미 휴전 합의 대안을 마련했으며 이를 곧 공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과 러시아 간 비공식 외교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휴전 합의가 사실상 막바지 단계라고 주장했다.

한편 양국 의회 회의가 추진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 경제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사흘째 미국 행정부 대표들과 협상하고 있다”며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러시아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석유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리자 지난 24일부터 미국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