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사상 첫 맞대결에 나선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는 시즌 내내 선수단의 중심을 잡고 있는 명품 주장을 보유하고 있다. 결정적 순간마다 빛나는 활약으로 캡틴의 힘을 드러내는 박해민(LG)과 채은성(한화)이 주인공이다. 나란히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내비친 두 주장은 팀의 명운을 좌우할 KS 무대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먼저 웃은 건 박해민이다. “두 팀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강조했던 그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26일 열린 KS(7전 4승제) 1차전에서 장기인 호수비에 대포 한 방을 곁들여 팀 승리를 도왔다.
중견수 박해민은 1회초 1사 2루 위기에서 담장으로 향하는 한화 문현빈의 타구를 공중에서 낚아채는 ‘슈퍼 캐치’로 초반 실점을 막았다. 팀이 2-0으로 앞선 5회말에는 달아나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정규시즌 3홈런에 그쳤던 박해민의 예상을 깨는 장타였다.
박해민은 “KS에서 홈런은 상상하지 못했다. 출루가 목표였는데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27일 2차전을 마친 뒤 양 팀은 29일부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3~5차전을 치른다. 한화 팬 사이에선 “박해민 성심당(대전 유명 빵집) 출입 금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한화를 상대로 유독 좋은 수비를 펼쳐서다. 박해민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내 가치를 인정해주시는 극찬으로 받아들인다”며 “계속 좋은 수비를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한화를 이끄는 건 채은성이다. 2014년 LG에서 데뷔해 2023년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은 그는 친정팀을 상대로 생애 첫 KS를 치르고 있다. 채은성은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한 야구 인생에서 처음 결승전 무대를 밟았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은 더욱 막중해졌다. 한화는 19년 만에 KS에 올랐다. 올 시즌 도중 이적한 베테랑 손아섭을 포함해 KS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김경문 한화 감독은 주장 채은성을 KS의 키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꼽으며 믿음을 드러냈다.
채은성은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팀 분위기는 좋다”며 “(KS에) 힘들게 올라온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채은성은 지난 플레이오프(PO) 5경기에서 타율 0.350(20타수 7안타)에 8타점을 올리며 중심 타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KS행이 걸린 PO 5차전에서도 3안타 5타점을 쓸어 담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그는 KS 1차전에서 6회말 반격의 안타로 한화의 추격에 힘을 보탰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